정부가 요즘 가전제품 폐기물 예치금 요율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는 것이 전자업계로서는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환경부는 예치금 요율과 품목, 그리고 부담금제로의 전환 등과 관련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재활용 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전자업계는이 재활용 촉진법 시행령이 3월말까지는 개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 포함될 예치금 요율 및 품목, 부담금제로의 전환 등의문제는, 이것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전자업계에 안겨지는 부담의 정도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경쟁력약화 우려
특히 이번 요율인상 계획의 기초자료로 최근 한국정책과학회가 용역의뢰를받아 내놓은 대폭적인 요율인상안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환경부가 한국정책과학회의 요율인상안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경우 전자업계가 떠안는 부담은 시장경쟁력은 물론 경영수지까지 위협할 정도로 심각할 수 있다.
한국정책과학회가 내놓은 폐가전제품의 실회수 처리비용을 보면 kg당 컬러TV가 2백78원, 세탁기가 1백56원, 에어컨이 2백81원, 그리고 이번에 새로추가될 냉장고가 4백17원 등이다.
이것을 올해 55%, 98년에 60%, 오는 2000년에는 65%까지 단계적으로 확대적용한다는 환경부의 계획에 대입시키면 올해 요율이 평균 1백34%가 인상되는 계산이 나온다.
즉 폐가전제품의 예치금 요율이 현행 kg당 30원에서 1백57원(컬러TV), 88원(세탁기), 1백59원(에어컨) 등으로 크게 올라가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정책과학회가 주장한 매립비용까지 추가시킬 경우 그 부담을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현재 부담금을 내고 있는 형광등의 경우는 연구용역 의뢰결과에서 제시된실표준원가가 제조원가의 20%선에 육박해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형광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대부분이 중소기업들이어서 이 폐기물 요율인상에 따라 경영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중기경영 큰 타격
이에 따라 전자업계는 그동안 전자공업진흥회를 통해 시행했던 폐가전품회수처리 공동사업에 근거해 나름대로 실회수 처리비용을 산정, 환경부에 제출 해놓은 상태다. 또 처리비용 산정방법에 있어서도 제품의 내구연수를 감안할 때 전년도 제품출고 실적을 폐기물 발생량으로 보는 것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하며 당해연도 폐기물 배출량을 기준으로 삼아줄 것을 요구하고있다.
따라서 환경부가 이 업계안과 용역의뢰안 가운데 어느쪽에 더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폐기물 대상품목도 현안이 되고 있다.
부담금제 불투명
전자업계는 냉장고를 추가시키는 데 대해선 합리성을 갖고 있다고 인정하고, 대신에 재활용 가치가 높고 환경위해성이 전혀 없는 에어컨과 세탁기는대상품목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당국이나 정부측 시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컬러TV와 동일한 성격을 지닌 컴퓨터 등을 대상품목에 추가시켜야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일고 있을 정도다.
예치금제를 부담금제로 전환하는 문제도 현재로선 불투명한 부분이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난상토론과 심의를 거쳐 행정쇄신위원회가 결정한부담금제로의 전환에 감사원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행쇄위는 예치금 부과품목인 컬러TV.세탁기.에어컨에 냉장고를 추가해부담금제로 전환할 것을 지난해 2월에 최종결정했다. 그런데 연말 감사원의환경부 감사때 이들 가전제품을 부담금제로 바꾸는 것은 기업쪽에 편중된 결정이 아니냐고 지적해 행쇄위 결정과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환경부조차도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전제품의 환경관련 문제에 대해 전자업계는 근본적인 것을 제기하고있다. 근본적으로 환경문제와 관련한 책임은 정부.기업.소비자 모두가 안고있으며 외국에서도 국민소득이나 사회복지정책 정도에 따라 그 비중에 다소차이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기업쪽에 부담을 지우려는 편리한 발상을 하고 있다는인상이 짙다는 게 그동안 환경관련 정책을 지켜본 전자업계의 시각이다.
자구노력 활발
특히 전자업계는 그동안 폐가전 회수처리를 위해 직접 나서 왔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가전3사를 중심으로 스스로 소비자의 짐을 덜어 주기 위해 각사별로 자체 회수처리하는 데 힘쓰고 있다는 점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폐기물과 관련한 어느 업종도 아직 스스로 회수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않고 있는 것에 비하면 전자업계는 환경보호차원의 자구노력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자제품의 폐기물 문제는 단순히 요율인상이라는 단편적인 조치에연연하기보다는 재활용시설구축 등 정부의 역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정부의지에 적극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윤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