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지난달 28일 올들어 첫 가격인하조치를 단행했다.
인텔이 대리점 공급가를 일제히 하향조정함으로써 28일 이후 공급된 제품의시중가가 그 전에 비해 평균 30%정도 떨어졌다. 대리점을 통해 시중에 시판되는 CPU가격을 기준으로 했을 때 18만2천원이던 "펜티엄 75"가 12만5천원으로 떨어졌으며 33만원이던 "펜티엄 100"은 22만5천원으로, 39만원이던"펜티엄 120"은 30만원으로 하락했다.
또 하이엔드기종인 펜티엄 133.150.166도 각각 37만원.48만원.69만원으로떨어졌다.
인텔은 그동안 분기별로 한 번씩, 1년에 네 번정도 거의 정기적으로 CPU가격 인하를 단행해왔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 가격인하조치는 다른 때와는 사뭇 다른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즉 인텔의 가격인하는 통상 호환칩 업체들의 추격이 시작될 때 실시돼 왔지만 이번에는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AMD.사이릭스.TI 등 주요 호환칩업체들은 아직까지도 펜티엄 75보다도 한 단계 아래인 486급 CPU의 출시에 머무르고 있고 펜티엄 75에 필적할 만한 신제품을 내놓지도 못한 형편이기 때문에 경쟁제품을 따돌리기 위해가격인하를 단행할 필요는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인텔의 이번 가격인하 조치에는 정례적인 차원을 넘어선 또 다른의미가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텔은 그동안 "느린 거북이"와 빠르지만 "게으른 토끼"의 경주로 집약되던 호환칩업체와의 경쟁전략을 빠르고도부지런한 토끼의 단독질주로 수정한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이 그것이다. 거북이로 비유되는 호환칩업체들이 경쟁제품을 내놓고 토끼로 비견되는 인텔을바짝 뒤따르기도 전에 아예 한 단계 더 앞선 제품으로 격차를 확실히 넓혀버린다는 의미다.
이같은 분석의 근거로는 인텔이 상당수의 신제품 설계와 개발을 완료해 놓은상태에서 호환칩업체들의 추격을 느긋하게 기다려오다 막상 추격이 시작되면곧바로 한발 앞서가는 시장지배 전략을 구사해 왔다는 점을 들고 있다.
관계자들은 그러나 인텔이 시장지배만을 위한 이같은 경쟁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독주를 하기로 결심을 굳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의이같은 전략수정 배경에는 멀티미디어 정보통신시대의 진입에 따라 한시라도완벽한 멀티미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조바심과시장지배 전략에 뒤따르는 비난을 피하려는 이미지 제고 의지가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마더보드사업뿐 아니라 화상회의 등 멀티미디어환경을 구현하는 분야로까지품목을 다각화하고 있는 인텔은 이 시장이 차세대 황금어장이라는 판단과함께 공략에도 자신이 섰고 이에 따라 한시바삐 CPU의 고성능화와 제품의저가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분석을 더욱 뒷받침하는 것은 인텔이 상반기중 펜티엄 75의 단종과100.120.133의 주력제품 육성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하이엔드기종인 펜티엄 150.166을 주력제품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같은 분석이 사실이라면 완벽한 멀티미디어환경을 향한 인텔의 독주가 본격화됐다고볼 수 있다.
이번 가격인하 조치가 이같은 의지를 담고 있다면 호환칩업체들의 추격은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AMD.사이릭스.TI 등 저가 하위제품시장에 머물고 있는 호환칩업체들은 펜티엄 75의 10만원대 시판으로 성능뿐아니라 가격경쟁력에서도 빛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고려치 않은 인텔의 발빠른 신제품출시와 가격인하로 PC가격의 하락이 예상된다. 이미 국내업체들은 1백만원대이하의 펜티엄급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으로 있다. 더욱이 인텔측의 CPU가격인하가 가격파괴바람을 부추겨 주변기기 등 각종 PC관련 제품의 가격인하를 유도, 시스템가격이 대폭 하락될 것으로 기대돼 PC의 고성능화.
저가화가 급진전될 가능성도 적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