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 지난해 절반도 안됩니다."가전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K씨가 매출실적을 묻는 기자에게 하는 말이다.
이같은 반응은 비단 K씨만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일선 대리점주 대부분이 비슷하게 느끼는 감정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보면 한해 사업의 성패를가름하는 지난 1월 가전 3사의 매출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전년동기 대비 90%를 넘지 않는다.
실제로 전반적인 시장상황은 지난해 11월이후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있고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전 3사가 밝히는 매출실적은 전혀 엉뚱하다.
올해 가전 3사는 모두 지난해보다 20% 이상 매출목표를 높여 잡고 있으면서도 1월 매출 달성률이 94~1백%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지난해와비교하면 매출이 거의 같거나 오히려 20% 이상 신장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리점과 가전업체간의 매출에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가전제품 판매형태는 대리점판매를 비롯해 백화점.군납.농협.연금매장 등을상대로 하는 특판과 사내판매 등으로 구성된다. 가전 3사의 판매실적 가운데대리점판매 비중은 전체 매출의 80%를 넘는다. 대리점판매가 가전 3사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이다.
추론컨대 일선 대리점의 판매부진에도 불구하고 가전 3사의 매출이 지난해수준을 상회했다면 특판이나 사내판매가 2~4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특판부문 실적 역시 지난해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다.
가전 3사가 비정규 유통채널을 통해 디스카운트스토어 등 창고형 할인매장등에 전자제품을 공급하고 있긴 하지만, 이들 매장의 판매량이 가전 3사의매출실적을 뒤흔들어 놓을 만큼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결국 가전사들의 주장대로라면 가전업체의 실적을 메워줄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다면 일선 영업소가 엉터리 판매실적을보고하고 가전업체가 이들 "허수"를 집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문제는 만약 허수를 집계하고 있다면 이 잘못된 수치가 대리점을 다그치는기준이 되고 일선 영업소로 하여금 또 다른 허수를 만들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는 데 있다. 있는 그대로를 밝히고도 누구 하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풍토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