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정보통신부장관이 7일 열린 전경연 초청 강연회에서 "국제경쟁력강화와 중소기업 육성이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의 기본적인 틀"이라고 언급한것은 신규통신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주무부처 장관의 견해를 공식 석상에서처음으로 밝힌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신규통신사업자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중소기업 육성과 통신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잣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는 이같은 발언은일단 국가경제정책의 기조 내에서 통신정책을 펼쳐나가겠다는 이장관의 평소지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이다.
특히 이장관이 조목조목 예를 들어가며 시종 강한 어조로 이같은 정책기조를여러 차례 강조한 것은 최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신규사업자 선정기준과관련해 정통부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날 이장관이 신규통신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강조한 부분은 통신산업의경쟁력 강화와 중소기업 육성 등 두 가지로, 특히 이같은 방안을 따로 떼놓지않고 하나의 논리로 엮어낸 것이 특색이다.
이장관은 "정보통신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는 정보통신 제조업의 경쟁력강화와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고 전제하고 "정보통신 제조업의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육성이 최대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정보통신 전문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추어져야정보통신 제조업이 성장할 수 있고, 정보통신 제조업이 바탕이 돼야 정보통신서비스사업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장관은 "아날로그 방식의 휴대전화 서비스가 지난 84년에 국내에 도입됐고현재의 기술발전 추세로 볼 때 이 기술은 초보기술에 불과한 것인데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휴대전화기의 부품국산화율이 40%밖에 안된다는 것은 심각한문제"라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이장관은 "통신서비스사업과 관련해서도 최근 국내기업들이 다른 국내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외국업체와 손잡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장관은 "우리나라의 재벌들은 유망하다는 사업은 모조리 다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면서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정부의 경제정책기조를 심사에반영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장관의 이같은 지적은 일단 신규통신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중소기업을우대하고 중소기업 육성에 도움이 되는 컨소시엄에 높은 점수를 주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소위 빅4로불리는 4대 재벌을 배제하겠다는 의미로 확대해석될 소지도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이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중소기업 육성、 경제력집중 완화와 함께시장개방에 대응한 국내 통신산업의 경쟁력 강화、 특히 제조업을 포함한 경쟁력 강화를 연관적으로 강조해 해석을 엇갈리게 하고 있다.
이장관은 "30개의 통신사업자를 새로 선정하는 것은 시장개방에 대응해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데에 가장 큰 목적이 있다"고 전제하고 "수출산업육성을 통한 해외시장진출、 국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 국가정보화 기여 등의 목적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을 선정할 것이며 이를추첨방식으로 선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빅4를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기업 경제력 집중과는달리, 장비제조업을 포함해 경쟁력이 뛰어난 기업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날 장관초청 강연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은 정부의 신규사업자 선정기준이 갈수록 미궁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있다.
한 기업관계자는 "능력있는 사업자가 뽑힐 수 있도록 1차 자격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것과 추첨제 배제의 원칙은 이장관이 이미 여러 차례 밝힌 것"이라며"중소기업 육성을 유달리 강조한 것은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총선을앞둔 정치적인 측면이 강한 것"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 표정이었다.
중소기업 육성문제는 이미 지역사업자에 중소기업 우선권을 주기로 하는등이미 상당부분 중소기업을 참여시키기로 했다는 점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해 정보통신부 고위당국자들도 대부분 "통신사업자 선정의 공정성과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별개의 문제를 각각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는 해명을 곁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이장관의 발언은 그동안 개인휴대통신(PCS) 등 대형 서비스가자신들의 몫이라고 지레 짐작해 왔던 빅4 그룹을 비롯한 재벌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럽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이석채장관의 전경연 초청강연회에는 재벌그룹들의 통신사업 추진팀장들이 대거 참석해 통신사업자 선정기준과 관련한 기업들의 관심을 여실히 반영했다.
기업관계자들은 이장관의 강연이 끝나고 질문시간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추첨제 배제"에 관한 질문을 던졌고 이장관은 "동점은 있을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최승철.최상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