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국내 브라운관 업체들의 유럽.동남아공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현지 진출에 따른 시장환경 변화와 현지화 성공사례를 4회에 걸쳐 조명한다. <편집자주>
유럽 브라운관시장은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가장 짙다는 특징을 갖는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이나 동남아.남미지역과는 달리 유럽은 답보상태이거나소폭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를 포함한 이 지역 전체 브라운관시장은 2천8백만개로 추산된다. 올해에는 약 3천만개, 오는 97년에는 3천2백만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마다 2백만개 남짓 늘어나는 것이다. 물론전체 성장률은 한자리 숫자이다.
시장의 보수성은 기존 거래선의 고정화를 의미한다. 세트업체와 브라운관업체가 한번 관계를 맺으면 아주 특별한 환경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좀처럼거래선이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 시장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관.
오리온전기가 독일과 프랑스에 현지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LG전자 역시 진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중화영관도 영국에 대단위 공장을 건립한다는 보도다.
이들은 모두 "세계 톱 10"에 진입해 있는 강자들이다. 삼성전관은 자타가공인하는 세계 최대 브라운관업체이다. LG전자.오리온전기.중화영관도 모두3~7위권에 랭크돼 있다. 이들의 막강한 기술 및 마케팅력이 유럽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초점은 TV용 브라운관인 CPT에 집중돼 있다.
특히 이들의 생산능력은 삼성전관의 2백40만개(95년 기준)를 위시해 대부분2백만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당분간은 현지에 진출해 있는 자국 세트업체에우선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시작되겠지만, 조만간 현지 외국업체에 대한 수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유럽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필립스 등 기존업체들과의 한판 승부가불가피한 상황이 되고 있다. 현재 유럽의 맹주는 필립스이다. 삼성전관에이어 세계 랭킹 2위인 이 회사는 유럽지역에 5개의 CPT공장을 확보하고있다. 연산 2백만개 규모의 독일공장을 비롯해 2백20만개 수준의 영국공장과2백만개 규모의 프랑스공장을 가동중이다. 뿐만 아니라 각각 2백만개와 1백80만개 정도인 오스트리아 및 스페인 공장도 갖추고 있다. 필립스는 유럽에서만 모두 1천만개의 CPT를 생산,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톰슨TTL이다. 전체 생산규모는 6백90만개 정도로 추정된다. 톰슨은 4백20만개 규모의 이탈리아공장과 2백70만개 규모인 폴란드공장을확보하고 있다. 이외에도 독일에 공장을 가동중인 일본 마쓰시타가 2백만개수준이고, 소니는 영국에서 2백만개를 생산한다. 이렇게 보았을 때 한국의삼성전관은 3위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고, 오리온전기는 1백20만개 수준으로6위권에 해당한다.
다른 경제권과는 달리 유럽에는 브라운관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역외국가 기업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쟁이 본격화한다는 신호탄이다. 중요한 것은 이 지역의 한국기업들이 현재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는것이다.
삼성전관은 독일 이외의 지역에 제2공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있고, 오리온전기 역시 필요할 경우 곧바로 생산능력 확장에 나설 수 있도록프랑스공장의 부지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시장규모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한국기업의 생산능력이 늘어나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진다. 특히 이들은모두 일본을 제친 경험이 있다.
여기에 수요 패턴의 변화와 러시아시장의 향배가 보수적 시장의 틀을 깨는변수로 가세하고 있다. 그간 유럽 CPT시장에는 인치별 모델이 균등하게분할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비자 선호도가 25인치 이상 중대형 제품으로 옮겨가고 있고 와이드 기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고가 고부가제품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본격 경쟁체제에 접어든 유럽 브라운관시장에서 국내기업들은 단순히 생존을위한 방편이 아니라 이 지역의 강자로 군림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이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