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욱기자
컴퓨터 구입자들은 어느 선까지 보호받아야 하는가.
DSP칩 파동으로 불리는 삼보컴퓨터 "뚝딱 Q"의 보상문제를 둘러싸고 소비자와 업체간에 권리와 책임에 대한 공방전이 전개되고 있다.
"뚝딱 Q"에 채용된 DSP(Digital Signal Processor)칩이 기술적인 결함으로멀티태스킹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상해야 한다는 사용자들의 주장에 삼보컴퓨터가 기술적인 결함은 없지만 "고객만족"차원에서 이를수용키로 함에 따라 관련업계의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에대해 다른 PC업체들은 삼보 스스로가 기술적인 결함이 없다고인정하면서도 사용자들의 압력에 굴복, 부당한 요구를 수용한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다르며 이것이전례로 남아 앞으로 이같은 사례가 계속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이 문제는 지난 1월 중순부터 "뚝딱 Q"를 구입한 사용자들이 삼보가 개설한PC통신란에 "사운드카드와 모뎀기능을 통합한 DSP칩이 모뎀을 사용할 경우에는 음성이 나오지 않고 사운드카드를 사용할 경우에는 모뎀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삼보측에 이를 보상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내용을 연일 게재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사용자들은 "사운드카드와 모뎀을 통합시킨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기술이었지만 이들 기능을 동시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 제품을 판매한 삼보에서는 당연히 보상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뚝딱 Q의 이같은 DSP칩 파동은 사실 지난해 11월 PC통신서비스 나우누리가노태우 전대통령의 재판과정을 국내 처음으로 화상과 음성을 동시에 서비스하면서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삼보는 이같은 사용자들의 주장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뚝딱 Q를 처음 출시한 시점이 지난 94년 5월로 당시에는 음성과화상 모두를 동시에 제공하는 서비스가 없었다"며 나중에 상용화된 서비스를서비스시행 이전에 출하된 제품이 지원치 못한다고 이것을 업체측에서 보상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또 삼보는 "뚝딱 Q를 출시하면서 음성과 화상을 동시에 지원한다고 밝힌적이 없으며 소비자들조차도 음성과 화상서비스를 동시에 제공받기 위해 뚝딱Q를 구입한 것이 아닌데도 이제와서 이를 문제삼는 것은 정당하게 소비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결국 이같은 양자의 근본적인 생각의 차이와는 달리 삼보가 소비자들의 권익보호차원에서 이달말까지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3만5천원 상당의사운드카드를 무료로 제공키로 결정해 일단 DSP칩 파동은 컴퓨터 구입자들의판정승으로 결말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같은 삼보의 결정에 따른 후유증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보측이 쉽게 양보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았다"며"앞으로 이같은 소비자들의 부당한 요구가 계속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밝히고 있다.
즉 이같은 논리라면 286이나 386급 PC를 구입한 고객들이 윈도95가 제대로작동되지 않는다고 이것을 윈도95가 운용될 수 있는 586급으로 무상으로 보상해줄 것을 요구할 경우 마찬가지로 업체측이 수용해야 하지 않겠느냐는것.
더구나 컴퓨터 관련 신기술이 속속 채용되고 또 이와 관련된 신종 서비스가계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앞으로 나올 기술 및 서비스까지감안해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그렇지 못했을 경우 이를 보상해야 한다면 사업자체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업체측이 소비자들의 부당한 요구를 비켜가기 위해서는 담배의 경고문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나올 기술을 지원하지 못하는 것은업체측이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문구를 제품 전면에 부착하거나 소비자들에게일일이 설명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자조섞인 이야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이번 삼보의 DSP칩 파동은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컴퓨터 구입자들의권리보호를 앞세운 보상요구를 더욱 촉발시킬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체의 입지를 갈수록 약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컴퓨터업계의 한결같은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