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유럽 동남아 브라운관시장 현황 (2)

최근 독일 전자업계에서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벤츠그룹의 전자계열사인AEG가 경영 압박을 견디나 못해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 화제거리다. 이에 못지않게 삼성,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삼성전관과 삼성코닝의 성공사례가 AEG의 곤경과 비교되면서 지역사회에 갖가지 화제를 낳고 있다.

삼성전관의 유럽진출방식은 매우 특이하다. 기존 국내업체들이 대부분 직접투자를 통한 신공장 건설방식을 선호하는 것과는 달리, 이 회사는 기존의현지 브라운관업체를 인수하는 방법을 택했다. 대상은 구동독시절 최대 브라운관업체였던 베를린 소재의 WF사이다.

통일후 급격하게 경쟁력을 상실, 회사가 망해가는 것을 살리기 위해 세계유수의 브라운관업체에 인수를 제의했고 삼성전관이 지난 93년 이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였다.

삼성전관이 라인을 가동한 첫해에는 6천5백만 마르크의 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듬해에는 적자폭이 2천4백만 마르크까지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마침내 1백만 마르크의 흑자를 기록했다. 브라운관 판매량도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인수 첫해인 93년 70만개에 불과하던 판매량이 94년에는 1백60만개로확대됐고, 지난해에는 2백20만개 수준까지 신장됐다. 올해에는 2백80만개가예상된다.

삼성전관은 베를린공장의 생산제품중 30%정도만을 역내 삼성전자에 공급할뿐 나머지 70%는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수출선 중에는 이 지역 랭킹1,2위 업체인 필립스 및 톰슨사까지 포함돼 있다.

삼성전관 베를린공장의 이같은 성공은 경영효율의 극대화, 현지 밀착경영으로 대표되는 "열린 경영시스템"이 기반이 됐다.

이 회사 김인법인장(상무)은 "시간당 인건비가 한국이나 영국의 2배 가까이되고 심지어 동구권의 10배가 훨씬 넘는 20달러 이상으로 세계 최고수준이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독일에서 흑자행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효율성극대화가 열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 "현재 20%를 상회하는 제조원가 대비 인건비 비중을 15%이하로 끌어내릴 수 있도록 양품률 제고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하고 "지난 3년간 끊임없는 라인 합리화 작업을 통해 이제는 현지 종업원들조차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법인장은 또 "기업경쟁력은 노사의 화합분위기를 통한 생산성 향상도 중요하지만 최근에는기업과 지역사회의 발전이 함께 이루어지는 현지 밀착경영이 핵심요인으로부각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베를린공장은 매달 노사협의회를 개최, 종업원들에게 경영현황을 공개하고 모든 의사결정도 현지인 종업원들로부터 수렴된의견을 채택하는 한편, 공장지역 주민들을 위한 무료 컴퓨터교육을 비롯해현지 관청의 대주민 행사도 최우선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구동독지역인 체르니츠에서 라인을 가동중인 삼성코닝도 마찬가지이다. 브라운관용 유리를 생산하는 삼성코닝 역시 도산직전의 현지 공장을인수해, 당시 1백80만개 수준이었던 유리생산 능력을 올해에는 연산 1천만개규모로 끌어올렸다.

삼성코닝은 유리업계 단일 해외투자 중에서는 최대규모인 약 2억달러를 투입한 이 공장에서 14~33인치에 이르는 CPT 전모델용 유리를 생산하고 시장추세에 따라 모니터용 브라운관인 CDT용 유리까지 생산할 계획이다.

이 회사 역시 지역주민 축구대회를 비롯해 공장 인근의 양로원 방문 등 현지사회와 더불어 발전할 수 있는 각종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중요정책은 반드시 현지인들이 함께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하는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코닝 체르니츠공장은 이러한 노력으로 최단시간에 최대 유리공장을 건설했을 뿐 아니라 한국을 잘 모르는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위상을 제고시키는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양사의 양적 팽창은 기존 어려움에 처해 있던 공장을 인수, 국내 기술진이 라인 합리화를 통해 이루어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기술진이 설계구축을 담당한 라인 합리화 작업은 새로 건설하는 것보다훨씬 어려운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사례로 남게 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양사의 라인 합리화 공사를 위해 독일 품질 안전기준인TUV규격을 만족시키면서도 현지 공사문화에 맞는 공사기법을 개발.적용해오히려 국내보다 앞선 최첨단 생산설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