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뉴도쿄를 향하여 (50)

금발에 기성복 양복을 입은 호주사람 한 명이 고비 바로 옆 자리에 앉는다.

"안녕하시오?"

좌석 밑에 가방을 밀어넣으며 그가 말한다.

"곧 보딩을 시작할 것 같죠? 그래, 그 쪽은 어느 회사에 다니시오?"고비가눈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흔든다. 그러자 그 호주인은 씩 웃으며 손을내민다.

"난 멜버른에서 온 샌디 핀드혼이오. 만나서 반갑소. 내 일도 아니면서 캐물은 것 같아 미안하게 됐소. 그건 사실 내가 여행할 때 하는 게임 같은 것이오. 사람들 직업을 알아맞추는 게 시간 보내는데 최고인 데다가 사람들 사귀는 데도 도움이 되거든요."

"난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프랭크 고비오."

남자의 손을 마주 잡으며 고비가 말한다.

"만나서 반갑소. 하지만 더 이상은 말하지 마시오. 나머지는 내가 맞출테니. 미쓰비시죠?"

"미안하오."

"다이하츠?"

"아니오."

"시세이도 팜올리브요?"

"세번째 찬스였는데 어쩌죠?"

"이런, 제기. 사람들한테 술을 받아먹기만 했지, 내가 사기는 처음인데요?"

핀드혼이 웃으며 말한다.

"나도 한번쯤은 이런 날이 있어야죠."

말을 잇기 전에 잠시 멈춘다.

"그래, 혈액형은 무엇이오? A형이오? 세심한 성격?"

"아니오."

"O형은 절대 아닌데……."

"그거 하난 바로 보았소."

고비는 호주인과 잡담을 계속하면서도 대기실을 향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가는 운동선수 같이 생긴 일본인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바로 고바야시 보안책임자인 다나카 액셀의 오른팔인 하시모토다.벨트에 달린 데이터 링크는그가 로비를 가로질러 체크 인 카운터로 가는 동안 계속 신호음을 낸다. 그는 승무원과 몇 마디를 나눈 후, 셔틀의 승객 리스트를 쭉 훑어본다.

"B형이라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소. 예술가 같이도 보이지만 딱 꼬집어말할 수 없는 다른 무언가가 있소."

"미안하지만 이번에도 진 것 같구려."

그런데 상황 판단을 못한 것은 바로 고비였다. 호주인도 하시모토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며 고비에게 중얼거린다.

"나중에 기내에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