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오디오제품은 유통시장의 개방으로 해외시장은 물론 내수시장에서 외산제품들과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이게 됐다. 오디오에 대한 수요 또한 점차포화상태에 이르러 미니컴포넌트와 고급 오디오 등 특정 제품에만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유통시장 개방과 수입선다변화 품목해제 등이 겹칠 올해 더욱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시장 환경의 변화는 인켈과 롯데전자.아남전자.태광산업.한국샤프 등5개 오디오 전문업체와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 등 모두 8개업체로 이뤄진 국내 오디오업계의 판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이미 지난해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가전업체들은 지난해 오디오 수요가 미니컴포넌트에 집중되면서 고속성장을일궈냈다. 반면 AV전문업체들은 오디오시장의 상당 부문을 가전업체에 내주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같은 사정은 올해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않다.
AV업계는 올해 카오디오를 제외한 가정용 오디오의 매출규모는 지난해보다10% 늘어난 8천5백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5%신장에도 못 미쳤던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시장 전망은 대체로 밝은 편이다.
보급률 포화상태에다 내구성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PC와 자동차 등 오디오의경쟁 제품에 쏠리는 현상은 올해에도 지속돼 전체 오디오 시장규모는 지난해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도 있다.
문제는 올해 전체 오디오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이다.
AV업계는 "올해 오디오시장의 증가물량의 대부분은 유통시장의 개방으로올들어 본격화할 외산제품이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2년 사이 거듭된 시장 침체가 올해 호전되더라도 한정된 시장에 참여하는 외산 브랜드가 크게 늘어나 국내 AV업체들은 오디오의 매출 신장을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분명한 것은 시장 전망의 밝고 어두움과 상관없이 올해 오디오시장을 둘러싼업체간의 경쟁은 근래 보기 드물게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올해 오디오 수요가 지난해보다 8백억(10%)정도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단순계산으로는 8개 주요 AV업체마다 1백억원씩 매출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업체마다 브랜드 지명도와 유통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 더욱이 국내에서지명도가 높은 일본 제품들이 동남아산 저가제품을 무기로 이 시장을 상당부문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 경쟁력이 뒤지는 일부 국내 AV업체들에게돌아갈 "떡"은 극히 일부분일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빼앗길 것이 많은 것으로 전망하는 관계자도 적지 않다. 올해 오디오업계에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가뜩이나 지난해 매출 부진과 채산성 악화로 경영난에 허덕였던 일부 업체들은 올해에도 이같은 경영난이 지속될 경우 더이상 지탱하기 힘들 것이라는말이 최근 오디오업계에 심심치 않게 나도는 실정이다.
따라서 오디오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업체들의 몸부림은 올해 치열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근 가전업체와 AV전문업체마다 조직개편 등을 통해 경영혁신과 조직 슬림화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업체보다 유통망을 굳게 다져가려는 업체의 움직임도 최근 활발하다.
특히 가전업체에 비해 자금력이 취약한 편인 전문업체들의 "탈출구 찾기"작업은 눈물겨울 정도인데 업체마다 기존 유통망에 대한 정비와 아울러 비오디오제품을 포함한 외산제품의 취급량 확대 등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전3사도 최근 원가절감을 위해 일부 핵심 제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오디오제품의 생산을 해외공장으로 돌리는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또 올해 경쟁업체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해 안정적으로 매출을 확보하는 방안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AV업계는 어쨌든 올해 말 한 두개 업체는 오디오사업에서 손을 뗄 것인가말것인가를 판단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80년대말 엔고 여파로 일본 오디오산업이 겪었던 구조조정 바람이 올해 우리나라 오디오산업에도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그 때 해외 생산의 확대 등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미니컴포넌트 등 수요 변화 추세를 정확히 포착해 신속히 대응했던 일본업체만이 지금도 세계 오디오시장에서 큰소리 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AV업계가 귀담아둘 만하다.
【신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