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태풍 부는 출연연, 기관장 절반정도 물갈이 예고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소에 인사태풍이 불고 있다.

과기처산하 22개 정부출연연구소의 기관장중 거의 절반수준인 10개 연구소(KTB 포함)의 기관장이 올 상반기중에 임기가 만료되며 이들 기관장의 교체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프로젝트베이스시스템(PBS) 도입 등 여러가지 사안을놓고 과기처와 연구소간의 보이지 않는 알력이 있어 왔다는 점에서 출연연구소기관장들의 대폭적인 물갈이는 어느 정도 예견돼온 것이 사실이다.

과기처의 관계자도 "당면한 현안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을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이들 임기만료기관장의 대폭적인 교체를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올 상반기중에 임기가 만료되는 10개 출연연구소(이 중 2명은 이미 교체)는원자력안전기술원의 임용규원장, 화학연구소의 강박광소장, 한국종합기술금융주식회사(KTB)의 김창달사장이 2월중 임기만료되며 3월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김은영원장을 비롯해 원자력연구소의 신재인소장,전기연구소의 변승봉소장이 임기만료된다. 해양연구소의 송원오소장은 5월이임기만료 시점이다.

오는 5월에 임기가 끝나는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STEPI)의 김영우소장은 지난해 12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으로 발탁되면서 김인수 현소장으로 교체됐고, 항공우주연구소의 홍재학소장도 최근 이사회에서 장근호전쌍용컴퓨터사장으로 바뀌었다.

여기에다 정보통신부로의 이관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스템공학연구소(SERI)의 김문현소장은 지난해 이미 임기만료돼 현재 직무대행하고 있는 상태이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윤덕용원장은 비록 지난해 6월에 취임해임기는 많이 남아 있지만 최근 KAIST 서울분원의 무자격자 입학파동으로 이미 사의를 표명한 바 있어 아직까지 속단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연구소별로 보면 과기연의 김은영원장은 그동안 과기처와의 껄끄로운 관계 때문에 연임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원장 역시 더 이상 자리에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KIST의 차기 원장에는 KIST내의 핵심인물인 P씨.K씨 등이물망에 오르고 있다. 다만 김원장이 이수성국무총리와 고교 동기동창인데다아주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연임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게관측통의 분석이다.

이총리가 지난 10일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KIST의 적극 지원을약속한 것에 대해 KIST 직원들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도 이와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종합기술금융(KTB)사장은 84년부터 네번 연임을 한 상태로, 교체가확실시되고 있다.

현재 KITB사장에는 과기처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Y씨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KTB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사장을 선임할 계획이었으나무슨 이유에선지 사장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결정을 연기, 사장선임 문제를놓고 모종의 진통을 겪고 있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만약 Y씨가 KTB사장으로 임명된다면 Y씨가 맡고 있는 모기관의 사무총장의 인사도 대상이 된다.

화학연구소와 연자력연구소 역시 과기처와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교체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원자력연구소의 신재인소장은 원자력전문가로 정근모장관과는 가까운 사이였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핵융합연구사업을기초과학지원연구소에 준 것과, 최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사업부문의 한전으로의 이관결정 등이 큰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전기연구소의 변승봉소장은 초임인데다 정장관과는 경기고.서울대 동문이란학연으로 연임가능성이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다만 지난해 일부 노출됐던내부갈등 문제가 어떻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임용규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63세의 고령이란 점에서 명예은퇴가 점쳐지고있으며, 사의를 표명한 윤덕용 KAIST원장도 서울분원 파문을 매끄럽게수습할 경우 계속 직위를 수행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올들어 임기가 만료되는 출연연구소의 기관장들이 이처럼 많은데도 하마평이 별로 나오지 않는 것이 올해의 특징이다.

이는 지난해말 출연연구소의 이사회 활성화 방안으로 마련된 정관중에 "기관장 선출시 기관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 후보를 추천"토록 한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사전에 인물거론없이 이사회에서 즉각 선출하기 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출연연구소 기관장 선임에 있어 과기처의 입김은 그 어느 때보다커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조만간 가시화할 인사결과가 주목된다.

<이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