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유럽 동남아 브라운관시장 현황 (2);동남아의 실태

"동남아 시장을 잡아라"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싱가포르.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장이전세계 브라운관업계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동남아시장은 연평균 5% 안팎의 소폭 성장에 머무르고 있는 여타 경제권과는 달리, 해마다 10%에 육박하는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동남아시장은단일경제권으로는 세계 최대의 브라운관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황금시장이다.

올해에만 6천5백만개의 브라운관이 동남아지역에서 소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최대시장이라 불리는 북미와 유럽이 각각 3천여만개를 넘어설것으로 추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시장이다. 게다가 이 시장은 성장률과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한국이 올해 전년대비 1백만개가늘어나고 유럽과 북미는 3백여만개, 중국조차 2백여만개 정도 확대될 것으로보이지만 동남아는 지난해보다 무려 7백만개 이상이 늘어나는 시장을 형성할전망이다.

시장 자체도 크지만 현지 생산기지로서의 유인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이나 일본.유럽 등지에 비해 훨씬 저렴한 인건비,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수 있는 숙련된 노동력, 외국기업 투자유치를 겨냥해 갖가지 특혜조치를실시하고 있는 현지 정부의 노력 등이 가세하고 있다.

이런 시장을 놓칠 기업은 없다. 이 지역의 중요도를 증명이나 하듯 "세계브라운관 톱 10기업"은 거의 빠짐없이 동남아 현지공장을 확보하고 있다. 현지진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들어서는 증설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동남아현지공장에서 생산한 브라운관을 로컬 공급뿐 아니라 세계시장으로 수출하는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남아지역은 세계 브라운관 공급기지로변모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일본기업들의 진출이 빨랐다. 톱 10기업에 랭크돼 있는 일본업체 중에서는 싱가포르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히타치가 최대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히타치는 20~25인치 컬러TV용 브라운관(CPT) 2백40만개,14.15인치 모니터용 브라운관(CDT) 4백20만개 등 총 6백60만개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태국공장에서 중소형 CDT와 CPT를동시 생산하는 도시바는 5백30만대 규모로 알려졌고, 말레이시아시장에서양산에 나서고 있는 마쓰시타는 소형 CPT 및 CDT를 중심으로 2백50만개가량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자 규격을 고집하고 있는 소니는 싱가포르공장에서 모두 5백50여만개의CPT를 생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니공장은 특이하게 고부가제품인 와이드 브라운관 2백만개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에 현지공장을갖고 있는 미쯔비시는 약 2백80만개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밖에 대만기업인 중화영관이 말레이시아지역에서만 6백만개가 넘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업체들의 경우 진출은 늦었지만 여타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위상에걸맞는 대대적인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 랭킹 1위인 삼성전관은 아예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인근 셀렘반 지역을 전자복합화단지로 육성하고 있다.

전관의 브라운관공장뿐 아니라 유리공급업체인 삼성코닝과 모니터업체인삼성전자의 라인이 동시에 구축됐다.

삼성전관은 지난 92년 1차 라인 양산을 시작으로 해마다 지속적인 라인 증설을 통해 지난해 6백50만개의 생산능력을 갖췄고, 2개 라인의 추가 도입이완료되는 올 연말이면 연산 1천만개의 생산규모를 확보하게 된다.

올해 중화영관을 제치고 3위 자리로 뛰어오를 것이 확실한 LG전자는 14~21인치용 CPT 2백50만개와 14인치 CDT 1백여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공장을 오는 7월 본격 가동한다. LG전자는 인도네시아공장의 생산능력을 계속 확대해 향후 2~3년내에 생산규모를 연산 1천만개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98년 랭킹 5위 진입이 유력한 오리온전기는 베트남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현지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흑백 CPT를 생산하는 베트남공장의 생산능력은올해 1백60만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브라운관 거인들의 싸움터로 변한 동남아시장에서 아직 최종 승자는가려지지 않았다. 지금은 치열한 경쟁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3사의생산능력이나 마케팅 수준을 감안하면 이 지역에서 국내 3사의 성공은 어느정도 보장(?)된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장은 중소형 위주이고 가격경쟁력이 열쇠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업체들은 이 부문에 유독 강하기 때문이다.

<이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