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기술수준은 하드웨어 부문과 상대적 비교가 가능하다. 가장 객관적인 비교수단으로는 처리단위, 즉 비트(bit)수를 들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볼때 하드웨어는 현재 64비트 시스템 보급이 보편화된 추세이고 소프트웨어는 이보다 몇 단계 늦어 이제서야 32비트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드웨어의 대표적인 분야로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로 사용되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운용체계(OS)가 각각 꼽힌다. IBM의메인프레임이 지배해 오던 세계 컴퓨터산업 환경이 8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곧바로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OS라는 양대 축에 의해 이끌려 왔음은 두 말할나위가 없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양대 축 가운데 OS의 무게중심이 크게무디어지면서 이를 계승하려는 소프트웨어 환경의 기술적 재편이 불가피해지고있다. 이것이 바로 OS.네트워크.미들웨어.응용소프트웨어 등을 하나로 묶어버리려는 이른바 클라이언트 플랫폼 개념의 대두라 할 수 있다.
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사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OS표준을 장악하는것이 컴퓨터산업 환경을 주도하는 첩경이라고 여겨왔다. 88년이후 95년도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보여준 초고속 성장의 신화는 바로 이같은 "OS지상주의"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이 기간동안 MS는 "MS DOS" "윈도3.1" "윈도NT" "윈도95" 등 연이은 OS 히트작들을 쏟아내며 전세계 컴퓨터업계 표준을혼자서 독식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 세계 컴퓨터 환경은 네트워크에 기반하는 클라이언트 서버라는 새롭고도 강력한 조류에 휩싸이게 된다. 클라이언트 서버현상은 그 기술적 특성과 구성에 따라 다음과 같이 두가지 측면에서 설명할수있다.
그 하나는 중앙에 집중돼 있던 메인프레임 컴퓨팅파워를 업무속성에 따라네트워크를 통해 여러개로 분산시키려는 다운사이징 및 분산시스템의 성향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이미 구축돼 있는 독자적 이기종 컴퓨터환경을 네트워크로 통합하려는 경향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이기종 통합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기술적 요구가 바로개방형(Open)시스템이다. 서로 다른 시스템 포맷을 소프트웨어적으로 통일해데이터의 호환성을 꾀하자는 것이다.
한편 개방형 시스템의 부상은 이제까지 OS표준 위주로 진행돼온 세계 컴퓨터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사건이기도 했다.
탑재된 OS에 의해 결정되던 컴퓨터의 개별적 특성은 네트워크로 접속된 다른컴퓨터와 함께 전혀 새로운 특성을 구현하게 되는 것이다. 즉 클라이언트서버 구조를 형성하면서 기존 컴퓨터는 새로운 특성을 구현하기 위한 자원(Resource)의 하나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나아가서는 개성이 강한 OS는 시스템통합과정에서 오히려 기술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OS의 개성을 누그러뜨리며 이기종 자원을 통합해주는 새로운시스템 소프트웨어가 출현했는데 이것이 바로 미들웨어이다. 이 분야는 최근소프트웨어산업 동향에서 가장 뚜렷한 움짐임으로 꼽히고 있다.
미들웨어를 이용한 클라이언트 서버 기술의 완성은 1946년 "에니악"의 등장이후 컴퓨터 역사 50년 사상 최대의 걸작품으로 꼽히고 있을 정도다. 이것은컴퓨터 사용환경이 사용자 또는 개발자의 시각에 따라 천자만별일 수 있는다양성을 가지고 있는데 클라이언트서버 기술은 바로 이같은 천차만별성을일관되게 통합시켜 주는 최상의 대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방형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기준도 OS중심에서 OS와미들웨어가 일관되게 응용프로그램을 받쳐주는 형태의 클라이언트 플랫폼으로 확대됐던 것이다.
클라이언트 플랫폼이란 사용자가 최종적으로 접하는 소프트웨어를 포괄적으로 정의하는 개념인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네트스케이프나 MS가 지향하고있는 차세대형 인터네트용 웹(WWW) 브라우저이다.
이들 회사는 웹 브라우저를 통해 향후 컴퓨팅환경의 중심이 될 인터네트의접속은 물론, 워드프로세서.스프레드시트.데이터베이스와 같은 일반 개인의응용소프트웨어 환경도 함께 제공하려 하고 있다. 또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게임과 같은 오락물을 추가할 수도 있다. 최근에 급부상하고 있는 플러그인(Plug in)이나 오시엑스(OCX)같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들이 대표적인 기술규격이다.
네트스케이프나 MS측은 이같은 클라이언트 플랫폼 개념이 서버에 대응하는통합개념으로서 OS위주의 컴퓨터 환경을 완전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양사는 결과는 같지만 접근방법은 서로 달리하고 있는데, 네트스케이프의 경우 처음에는 단순 인터네트 검색프로그램으로 출발한 "네트스케이프 네비게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프로그램들을 통합해 간다는 전략인 반면MS는 "윈도95"에 인터네트 브라우저 등을 통합한 클라이언트 플랫폼을 이용, 기존 OS를 클라이언트 플랫폼으로 중화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클라이언트 플랫폼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객체지향기술(Object Oriented Technology)과 소프트웨어 컴포넌트(Component) 개념에 의해서였다. 객체지향 기술에 의해 모든 소프트웨어는 규격을 준수하기만 하면 독립된 부품개념으로 바뀌어 언제든지 재생산하거나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발자나 사용자들은 이 부품들을 용도에 따라 짜맞추기 함으로써소프트웨어를 얼마든지 생산(개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기술적 개념에의해 나타난 것이 바로 4세대 언어(4GL)이다.
객체지향 기술은 또 패키지 형태로 공급되지만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 여러소프트웨어가 하나로 합쳐질 수 있는 연동성 또는 접속성을 제공하기도 한다. "윈도3.1"에서 처음 시도된 올레(OLE:Object Linking & Embedded)와 같은것들이 대표적인 규격이다.
올레는 이를테면 "윈도3.1"이나 "윈도95"와 같은 동일한 OS환경에서 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시트처럼 성격이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의 데이터들을 불러와 통합할 수 있게 해준다. 서로 독립적인 소프트웨어가 실행되는 동안은언제든지 통합될 수 있으며 또 분리될 수 있는 것이다.
올레는 나아가 오디비시(ODBC:Open DataBase Connectivity)와 같은 개방형데이터베이스 접속 드라이버 규격으로 발전, MS가 OS에 이어 기술규격 분야에서도 업계표준을 장악하는데 기여했다.
뒤이어 IBM과 애플 등이 MS의 올레에 대항해서 개방형 전자문서규격인 오픈닥(Open Doc) 등을 내놓았다. 유닉스 계열에서는 코바(CORBA:Common ObjectRequest Broker Architecture)를 내놓아 올레에 대적하고 나섰다. 코바는유닉스 환경에서 올레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 준다.
올레와 코바의 팽팽한 대립은 단순히 MS 대 유닉스 진영간의 표준대결만을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올레의 경우 "윈도3.1""윈도95"로 대표되는 데스크톱환경의 응용소프트웨어의 통합을 지향하는 반면, 코바는 개방형 유닉스 응용소프트웨어의 통합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올레와 코바의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클라이언트 프랫폼 개념의 확산은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전망이 가능해 진다.
올레.코바.플러그인과 같은 API규격들을 통틀어 요소기술이라고 부르기도한다.
한편 부품개념의 또다른 측면으로서는 철자검색기.문자인식기.서체 등 독자적인 프로그램 형태를 갖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워드프로세서 등의 일부기능처럼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들도 있다. "윈도3.1"에 내장돼 있는 카드게임도마찬가지의 경우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며 개발되고 있는 클라이언트 플랫폼은 요소기술의 지원 여부에 따라 수많은 소프트웨어 컴포넌트들이 따라붙게돼 있다. 따라서 일반 사용자들은 자신이 사용하게 될 소프트웨어를 일일히선택해서 구입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한편 클라이언트 플랫폼과 같은 형태의 통합 소프트웨어들이 보편화되기에앞서 전제될 것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의 역할분화 현상이다. 따라서 분명한 것은 소프트웨어제품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개발하는 회사는 별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비용부담이 많으며 마케팅의 성패에대한 책임을 동시에 부담해야하는 패키지 개발과 출판보다는 부가가치가 높고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컴포넌트 개발에 치중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있다. 현재 MS.노벨.IBM.네트스케이프.오라클.인포믹스.사이베이스 등 간판급 기업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 업체들이 컴포넌트 개발로 돌아서고 있다. 한때 세계 3대 소프트웨어 회사의 하나였던 볼랜드를 비롯, 시멘텍 등과같은 회사들의 변신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반면 MS와 초대규모 회사들은 요소기술의 표준화 경쟁과 함께 컴포넌트 개발사들로부터 필요한 부품들을 규합, 패키지 형태의 완성된 제품을 생산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MS 등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대량의패키지 출판이나 마케팅 활동으로 컴포넌트 회사들과의 공존을 모색해 나간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컴포넌트 회사들이 얼마나 강력한 요소기술을 갖느냐에 따라,자사가 개발한 컴포넌트를 제공할 회사 또한 선택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런 움직임을 감안한다면 MS 등은 소프트웨어개발 회사로서보다는 중소규모컴포넌트 개발사들을 발굴, 육성하는 역할에 치중하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표준블록을 형성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술발전동향이나 기업의 움직임을 살펴보는 것은 그 자체가 바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의 방향을 잡아주고 이에따라 기업에 역할을 맡겨주는 기준점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게다가 항상 세계의 동향과 흐름에 뒤처져 있던 정부의 지원정책도 이같은 기회에 한번 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컴퓨터산업부 서현진차장
이재구.함종열.이일주기자
정보 통신부 구근우기자
유 통 부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