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묵기자
가상 시나리오
1. 64MD램으로 전환 가속화
2.대기수요 자극..경쟁 가열
3. 가격폭락 따른 상황 악화
그동안 논란이 돼온 D램의 공급과잉 전망 및 이에 따른 문제 논의들이 최근미국의 반도체 BB율 급락세로 또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다.
반도체시장 상황이 공급초과 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은 수 년전부터데이터퀘스트 등 시장 분석기관에 의해 여러차례 제기돼 왔었다. 특히 요즘처럼 시장 주력제품이 전환되는 시기에는 단골로 제기돼 왔으나 그 예측은매번 빗나갔었다. 공급량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가는 수요를 예상치 못했기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메릴린치.노무라 등 외국 증권사들이 앞장서 내다보고 있는 "D램 공급과잉"전망도 기우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간 누려온 이상호황이 다시한번 일어나지 않는 한 97년말을 기점으로 D램 공급과잉 국면은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는 국내업계를 비롯한 일본.대만 등 경쟁국들의 설비투자를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필요가 있다.
실제로 최근 1~2년 사이 한국.일본은 물론 대만까지 D램투자에 가세, 반도체투자증가율은 수요증가율의 2배가 넘게 늘어왔으며 특히 95년의 매출액 대비투자비율은 26.7%에 이르렀다. 이같은 과잉투자(?)는 몇년 후 반도체시장에큰 영향을 줄 것이고 이로 인한 D램업체들의 수익성도 크게 떨어져 결국에가서는 치열한 가격경쟁을 이기지 못해 도태되는 기업이 속출하는 사태가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D램은 특히 고집적 제품이라는 특성상 갈수록 경쟁력 있는 일부 업체에 의한과점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투자가 늦었거나 미진한업체들이 이로 인해 받을 타격은 선발업체들에 비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97년 하반기부터 반도체시장이 본격적인 공급과잉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가정할 경우, D램시장 향방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의 시나리오는 대략 세가지로 요약되나 국내업체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낙관론이 우세하다.
우선 첫번째는 오히려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급과잉은 주력제품인 16MD램의 가격폭락과 함께 64MD램으로의 수요전환을 가속화시켜 예상보다 빨리 16MD램의 라이프사이클을 마감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미64MD램의 양산에 착수한 국내업체들이 대만 등 후발 투자국들을 뿌리치고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4MD램에서 경험했던 바와 같이 16MD램의 가격하락이 대기수요를자극, 일정수준으로 회복됨으로써 16MD램의 라이프사이클이 오히려 예상보다길어지고 64MD램으로의 점진적인 세대교체 과정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황이 이같이 전개될 경우 대만 등 후발 투자국에게 기술확보를 위한 시간적인 여유를 줌으로써 경쟁이 한층 치열해져 장기적으로 국내업체들에게는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전망은 98년 이후 전반적인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가격폭락이 이어지고 세계적으로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등 반도체 시장상황이 크게 악화될것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일부업체들은 가격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생산라인의일부를 폐쇄하는 등 지금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자금력.기술력.생산수율 등의 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에 있는 국내 반도체 3사는 비록 채산성은 악화되겠지만 코스트경쟁에서여전히 우위를 지켜 대만.일본에 비해 타격을 받지않을 것으로 전망돼 무난하게 재도약의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특히 국내 반도체 3사는 최고수준의 자기자본 이익률을 기록해 97년까지는이들 3사의 내부 유보금이 10조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여 공급과잉 및 출혈경쟁으로 인한 경영수지 악화에도 불구, 경쟁국에 비해 장기간 견딜 수 있음은 물론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늘날 반도체의 공급과잉 우려마저 낳고 있는 설비투자경쟁은 반도체 산업의 수익성이 다른 산업의 평균 수준보다 높게 유지되는한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국내업체들은 공급과잉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도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을 유지.확대키 위해서는 차세대 D램에 대한 공격적인설비투자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반도체산업에서 투자의 중단이란 곧 경쟁에서 탈락을 의미하는 것이라며지난 90년초 일본의 소극적인 투자가 국내업체들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었다는 사실을 교훈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