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관객동원에 실패한 한국영화가 비디오 프로테이프 시장에서 잇따라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15일 우일영상.세음미디어.스타맥스.SKC.영성프로덕션 등 주요 프로테이프제작사들이 잠정집계한 "95년 한국영화 비디오 판매실적"에 따르면 지난해프로테이프로 출시된 한국영화는 모두 66편으로 이중 개봉관에서 1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은 고작 10편 안팎으로 대부분의 한국영화가 극장흥행에 참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개봉관에서 흥행에 실패한 대부분의 한국영화가 비디오로 출시되면서적게는 2만개에서 많게는 8만개 이상 판매되는 등 판매호조를 보이는 한편대여순위에서도 극장흥행 외화들을 제치고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프로테이프시장에서 초강세를 띠고 있다.
예컨대 "손톱" "커피 카피 코피" "천재선언"(우일영상), "아찌아빠" "총잡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스타맥스), "젊은 남자" "태백산맥"(드림박스), "헤어드레서"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미란다"(세음미디어) 등의작품들은 극장에선 관객들로부터 외면받았으나 비디오시장에서는 "대박"급작품들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 들어서도 계속돼 최근 출시된 "48+1"(세음미디어), "헝그리 베스트 5"(우일영상) 등의 작품들이 극장에서의 흥행실패에도 불구하고비디오시장에선 4만~5만개 이상 판매되는 등 한국영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한국영화가 비디오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영화의 홀드백기간(비디오출시 유예기간)이 2~3개월 안팎으로 짧아지면서 영화팬들이5천~6천원을 내고 극장에서 한국영화를 보기보다는 좀 더 기다렸다가 1천~2천원에 비디오로 빌려보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한국영화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많은 제작비를 들여 극장에서 볼만한 대작을 만들기보다는 적은 제작비로 안방극장에서 보기 적합한코믹물 또는 에로물을 주로 제작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추세에 한몫을 하고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처럼 적은 제작비와 판권료를 투입한 한국영화를 통해 비디오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는 대기업들은 이를 좋은 한국영화제작에 재투입하기보다는 외화의 판권료를 높여주는데 쓰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김종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