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남하하면 셀렘반시의 자파르라는 공업단지가 나타난다. 인근에 모터롤러.중화영관 등 세계적인전자업체들의 현지공장이 있지만 이곳을 대표하는 것은 단연 삼성 복합화단지이다.
총 16만평 규모의 삼성 셀렘반 복합단지는 지난 90년 삼성전관이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로는 처음으로 동남아 진출을 시작하면서 구축됐다. 92년 연산1백20만개 규모의 1개 브라운관 생산라인을 가동한 것을 신호탄으로 93년에는 유리업체인 삼성코닝이 전후면 유리생산을 시작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삼성전자의 모니터 라인까지 구축됐다.
삼성전관이 지난 92년 처음으로 동남아 현지생산에 나선 이래 이 회사는한쪽에서는 양산라인을 가동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추가라인 공사를 벌이는숨가쁜 팽창세를 지속해 왔다. 이에 따라 연간 생산량도 92년 1백20만개에서해마다 1백% 이상 늘어나, 불과 4년 만인 올해에는 무려 1천만개의 연간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5월과 6월에 각각 3~4차 라인의 본격 가동을 시작했으면서도 7월부터는 5,6차 라인의 증설공사에 착공했다. 브라운관업계에서 거의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연산 1천만개의 생산능력은, 세계 1위인 이 회사는 물론 여타업체의 해외 단일공장 중에서도 최대규모이다.
이와 발맞춰 삼성코닝 역시 93년에 전후면 유리 연마라인을 가동한 것을시작으로 증설을 거듭, 지난해 말과 올초 전면유리 1,2차 양산라인을 잇달아가동해 연간 생산능력을 전후면 유리 각각 9백만개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삼성전관 말레이시아공장이 주목받는 것은 이같은 양적 팽창 외에도 공장가동 6개월이라는 최단시간내에 경영수지 흑자를 달성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역시 국내외를 막론하고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이 때문에 이 공장은지난 94년 삼성그룹의 해외공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영흑자 행진은 라인증설이 계속되면서도 꾸준히 이어져 올해에는 월평균 1억원의 순익을 목표로하고 있고, 현재의 추세라면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고 현지법인은 밝히고 있다.
이 회사는 현지공장 생산제품이 지난해 전체 동남아 TV 브라운관시장의18%를 점유했고 올해에는 22%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현지생산물량중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는 10%에 불과(CPT기준)하고나머지는 인근지역을 비롯한 전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의부산공장을 제외하고는 세계시장을 겨냥한 최대의 해외 생산기지로 확고한입지를 다지고 있다.
정희범 삼성전관 말레이시아법인장(상무)은 "본사의 기술력 뒷받침, 최신설비도입에 따른 원가 절감, 현지인 관리성공 등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고밝히고 "세계 주요기업이 모두 진출해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현지 지역사회의공헌도, 종업원 복리후생 및 노무관리를 경쟁력의 척도로 생각해 집중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생산직 매니저급은 공장가동 초기부터 모두 현지인으로충당했고 주재원은 기술지도 등에 주력케 하는 "현지인에 의한 현지인 관리"를노무관리의 핵심으로 추진해 왔다. 지역사회 공헌을 겨냥해서는 조건이 다소불리하더라도 협력업체를 현지업체 중심으로 구성하고 각종 관청행사 지원은물론 현지에서는 인식이 부족한 환경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본사에서 벌이고 있는 "한사랑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눈길을 끌고 있다. 하루에 칭찬 세번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중인데,처음에는 어색해하던 현지인 종업원들이 이제는 익숙해져 근로분위기가 훨씬좋아지고 있다는 평이다.
다민족 국가라는 특성으로 노무관리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는 현지공장에서의 이런 캠페인은 조직 분위기를 유도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노사분규 예방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법인장이 지적하듯이 급속한 공장 팽창에 따른 인력수급문제가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체 노동력이 부족한 말레이시아 정부는 부족한 인력을 수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삼성전관 현지법인도 올해 약 5백명 가량의 외국인력 채용을 허가받은 상태이다. 이들을효과적으로 교육시키고 품질이 뒷받침된 양품을 생산하는 것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