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부, 전지산업 육성 방향

통상산업부가 전지산업을 오는 2000년까지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육성방안을 최근 발표함에 따라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지산업은 그동안 반도체.평판디스플레이와 함께 3대 핵심 전략부품으로꼽혀온 데 반해, 정부의 기술개발 투자에는 늘 관심 밖에 있어 왔다. 개발우선순위보다도 실적에 집착한 기술개발정책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지 생산업체들은 고부가제품인 2차전지의 개발노력보다는 기술파급도가 낮은 1차전지의 양산에 매달려 온 실정이다.

이로 인해 휴대폰.캠코더.노트북PC 등에 사용되는 2차전지분야의 생산은엄두도 내지 못하는 등 제조산업의 패러다임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는 생산업체들이 영세한 데 반해 R&D가 엄청나게 요구될 뿐 아니라투자위험이 적지 않다는 데도 기인하고 있다. 일례로 리튬이온전지의 시제품을개발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비만도 매년 10억원씩 5년 이상을 투입해야 하고월 1백만개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는 최소 5년, 1천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파악되고 있다. 이에 반해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첨단제품의 그것처럼 매우짧아 적기에 제품을 개발.상용화하지 않을 경우 업계에는 치명적일 수밖에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이같은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

일등 기술선진국으로부터 기술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통상산업부가 이번에 전지산업을 적극 육성키로 방침을 정한 것은 미.일등기술선진국처럼 정부차원의 지원육성책이 절실하다는 업계의 건의가 받아들여짐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전기자동차용 니켈수소 및 리튬 2차전지의 개발을 위해 정부와민간단체가 공동으로 지분에 참여, 개발에 나서고 있고 일본도 통산성 공업기술원 산하의 신에너지기술개발기구(NEDO) 주관하에 "뉴선샤인 프로젝트" 등이 수행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산.학.연 협동에 의한 공동연구 개발체제가 미흡해 효과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정부차원의 육성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통산부의 이번 육성책은 대체로 업계의 핵심 생산기술의 조기확보와 이를통한 시너지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한국전기연구소를 통해 시각을 다투는 각형 양산기술과 리튬이온전지의 극판제조기술.조립공정기술 등의 양산기술을 확보하면 어느 정도 수요에 대처할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일본 수준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에따라 적어도 7월 이전까지는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사업과제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는 업계의 시너지효과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이 사업을 중기거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업계의 연구개발활동을 촉진하고,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개발지원이 가능해진다. 특히 중복되는 연구개발을 방지할 수 있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게 통산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통산부는 차세대 소형전지 기술개발 촉진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방안을 곧 내놓을 것으로 보여 국내 전지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세계 전지시장은 지난해 약 1백30억달러, 오는 2000년에는 2백억달러에 이를것으로 보이며 1,2차 전지가 각각 1백억달러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예측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전지시장은 지난해 3억달러 수준, 오는 2000년에는 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산부가 뒤늦게 팔을 걷어올린 것은 이같은 시장규모 못지않게 앞으로 전지산업을 담보하지 않고는 수출확대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있다. 환경규제 차원에서 선진국들이 일반 자동차 수출물량중 전기자동차의판매를 일정량 의무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출 첨병인 전자.정보기기의 소형 경량화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평판디스플레이와 함께 3대 핵심 전략품목인 전지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한 통산부의 이번 육성방침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처방전에 있어서는무리가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는 처방전에 따라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서둘러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모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