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컴퓨터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유통의 현대화.대형화는 유통시장이 개방되고 외국 유통업체의 직접 진출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필연적 대세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진행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데 대해 당황하고 있다.
물론 지난해 전년 대비 절반에도 못미치는 침체된 경기와 가격파괴의 혼란속에서도 D컴퓨터처럼 전문화로 꾸준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업체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 컴퓨터업체들은 재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전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여름부터 세진컴퓨터랜드가 수백억원의 광고비를 뿌리며순식간에 시장을 장악하자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전자상가업체들은 물론 중견업체들까지 속수무책으로 문을 닫거나 오랫동안 키워온 기업을 대기업에매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몰렸다.
대형점의 빠른 시장장악이 가능했던 데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유통점들이 상대적으로 애프터서비스.친절 등 대고객 서비스면에서 취약점이 많았던점을 지적한다.
또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컴퓨터 제품의 특성상 기업규모가 일정규모 이상으로 확장될 경우 AS관리, 과잉 재고부담이 따라 자본력없이는 현대화가불가능하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이는 소프트라인이 91~93년 동안 소프트웨어 유통으로 연 50~60%의 성장세를 보이다가 가격파괴형 양판점을 표방하고 나선 94년말부터 경영에 압박을받아 부도에 이르른 것에서도 입증된다.
그러나 중소 컴퓨터상인들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대기업의 컴퓨터 유통업참여에 대해 방법상 문제가 있다고 제기한다.
다른 업체들처럼 현재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A컴퓨터사의 Y사장은"지난해를 기점으로 일부 대기업들이 정보통신사업 진출과 함께 중소 컴퓨터유통업체와의 M&A를 통해 컴퓨터유통업에 나서고 누군가의 비자금 세탁설에서부터 종교단체 개입설 등 흉흉한 소문을 낳으며 비정상적 행태로 시장에진입하는 경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또 일부 대기업의 경우 컴퓨터유통업체와의 M&A조건이 명확하지 않고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는 식이어서 수천에 이르는 납품업체들은 불안해하고있다.
여기서 A컴퓨터 Y사장은 대기업의 기업윤리문제를 들고 나온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시장은 초창기 세운상가 시절부터 전통적으로 중소업체들이 일궈놓았으며 3천여업체 2만~3만여명 이상이 업으로 삼고 있는 시장"이라고 전제한 그는 "이같은 배경을 무시하고 일거에 자본으로 밀고 들어와 혼자만 살겠다는 자세보다는 상권을 살려가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한다.
또 기업인수를 통한 유통업 진출시에도 주식을 매입해 자기 기업화하기보다는 견실한 중소업체를 지원, 육성함으로써 이익 발생시 배분하는 방법을사용했다면 오늘날 중소 컴퓨터유통업계가 연쇄부도 위기의 빈사상태로 가지는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재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