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벼랑에선 컴 유통업계 (하)

우리나라는 PC 보유대수나 생산대수면에서 볼 때 세계 5대국에 꼽히는데유통업체의 형편은 여전히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소프트라인의부도와 그 파문에서 보듯이 유통업체들의 재무구조가 취약해 하루하루 돌아오는 "어음막기"에 급급한 실정에서 유통구조의 현대화와 물류혁신을 기대하기란 요원하다.

이미 한 외국 유통업체가 지난해 컴퓨터유통시장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고5백억원이면 국내 컴퓨터유통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료를 만들고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중소 컴퓨터유통업체의 위기에는 정부정책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동안 제조업 육성에만 치우쳐 영세한 유통업체들은은행 대출에서부터 각종 세제상 혜택에 이르기까지 항상 뒷전에 밀려왔다.

이들 업체가 몰려 있는 용산 전자상가의 경우만 보더라도 본래 야채시장건물을 국가적 첨단 전자상권으로 만든다는 정책적 입안아래 설립되긴 했으나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용산 상가상우회 일을 맡고 있는 B씨는 "유통을 소비의 시각으로만 보아지원이 미흡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유통시장 개방에 대비해 상가 역시 당초설립취지를 살려 전시장 마련, 전시회 유치 등으로 국제적 상가로 키우려는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 대기업 공세, 연쇄부도 파문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컴퓨터유통업체들은 전문화.경영합리화 등 나름대로 자구책 마련에 머리를짜내고 있으나 대체로 역부족을 실감하고 있으며 이번에 신설된 중소기업청에대해 거는 기대가 크다.

중소 컴퓨터유종업체들은 최근 제조업 의무대출비율이 폐지되고 유통서비스업에도 지원을 확대한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서도 늦었지만 이제라도 실질적인 지원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와함께 제조업체들에 바라는 것도 적지 않다. 선진국의 경우 오래전부터유통업체가 제조업체의 우위에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제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물건받기가 상당히 힘들다.

한 상인은 이같은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 관계를 "전쟁터에서 싸우는 군인이총은 있는데 총알 지급이 제때 안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메이커들의담보 요건완화를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고 있다.

현재 메이커로부터 판매할 물건을 받기 위해서는 담보를 넣어야 하는데 부동산의 경우 시가의 60%정도인 감정평가로 인해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판매전략에 의한 신용"이 무기인 유통업체의 영업권을 인정해야 한다고주장한다.

중소 컴퓨터유통업계 종사자들은 어느 업종보다도 젊다. 사장의 연령이 업계고참의 경우라 해도 40대 초반이거나 30대 후반이고 그외에는 20대 후반에서30대 초반에 몰려 있다.

재벌2세도 아닌 이들은 자금력을 비롯해 사업적 기반이 취약하지만 해외기술정보며 신조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밝다. 유통과 제조가 결코 분리되지않은만큼 이들의 유통에서 쌓은 노하우는 소중한 자료일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우주산업 등 21세기 유망 첨단산업 육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당장 무너져가고 있는 컴퓨터.소프트웨어 유통업체에 눈을 돌려 벤처기업에 준하는 세제상 지원, 담보요건 완화 등으로 자생력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시급하다.

<김재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