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해외 인수기업 경영정상화 박차

요즘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이 해외에서 추진하는 기업인수는 지난 80년대후반의 일본기업들의 동향과 흐름이 비슷하다. 현지 시선이 해외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인수한 한국기업들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실상 국내 시선은 앞으로 인수기업으로부터 무엇을, 얼마나 얻을수있고 인수기업을 언제쯤,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전자의 맥스터부터 LG전자의 제니스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해외인수기업들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AST리서치사의 경우 세계 6위의 컴퓨터업체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억7천만달러의 적자를 낸 부실기업에 속한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AST리서치사의 경영구조가 허술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1년 가까이 AST리서치의 생산라인부터 재무구조에 이르기까지총체적인 경영분석과 진단을 실시해 나름대로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 추진중이다.

우선 AST리서치가 전세계에 뻗쳐 놓은 5개 생산공장에 대한 합리화를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초기술이나 핵심기술 등에선 선진 외국기업보다뒤지지만 생산기술면에서는 앞서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AST리서치가 보유한 컴퓨터 기술력을 "신제품 적시출시"쪽으로 몰아가마케팅에서 선취권을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닦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이달초에 내놓은 신제품을 시작으로 "때를 놓치지 않는 시장진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는 변화무쌍한 컴퓨터시장의 특성과 맥을같이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자사 컴퓨터사업과 AST리서치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 컴퓨터가 국내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지만해외시장,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선진시장에선 맥을 못추는 한계를 뛰어넘는충격요법으로 양사의 시너지 극대화 전략이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이는 곧 AST리서치의 경영정상화와도 직결된다는 게 삼성측의 판단이다.

LG전자가 제니스사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경영정상화 의지는 더욱 강하다. 제니스는 미국내 3대 가전업체로 꼽히고 있지만, 지난 4~5년간 계속 적자에서 탈피하지 못한 부실기업이라는 점에 비추어볼 때 흑자전환이 LG전자의 최대 과제다. 아직 제니스사에 대한 종합적인 경영분석을 끝내지 못해구체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지만, 제니스를 향후 2~3년내흑자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를 누차 밝혀왔다.

지난해 11월 첫 경영이사회를 시작으로 매달 한번씩 LG전자 경영진과 제니스사 경영진이 머리를 맞대고 경영정상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하는 한편,분기별로 기술전략회의와 생산전략회의를 개최해 경영정상화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특히 경영적자의 주범인 멕시코 컬러TV공장에 대한 생산합리화작업은 구체적인 실천단계에 들어섰다. LG전자는 제니스가 고선명(HD)TV를 비롯한 차세대 첨단분야에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중시해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일반 컬러TV사업보다는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쪽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이와는 별도로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와 "제니스 브랜드 활용계획"을 주내용으로 하는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다. 제니스 브랜드가강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시장에선 제니스 브랜드를 최대한 살려 LG전자 제품의 시장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또 LG브랜드가 더 높이 평가되고 있는 지역에선 LG가 주축이 돼 상호 시너지를 극대화시킨다는 것이다.

현대전자는 맥스터사에 대한 생산합리화 추진과 함께 글로벌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생산체계를 구축해 상승효과를 거두는 게 맥스터 경영정상화의 지름길이라고 보고 있다. 즉 맥스터의 앞선 HDD 기술력을 한국과 동남아.중국 공장 등으로 확산시켜 지역별로 시장특성에 맞는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이를 통해 맥스터의 경영위상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있는 것이다.

<이윤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