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도 견디기 어려운 반도체 유통업계에 여성 영업사원이 등장, 화제가되고 있다.
LG반도체 대리점인 대호반도체에 갓 입사한 김혜원(21).김주희(22)씨가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반도체 영업분야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거래처를 직접 발로 뛰어야 하고납품권을 따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반도체 유통분야에서는 여성인력을 찾아 보기 힘들다. 반도체영업이 "금여의 영역"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취업전에 오숙희씨가 쓴 "너무 아까운 여자"를 읽으면서 단지 여자라는이유 하나만으로 취업이 안되는 현실을 개탄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제가 취업문을 두드리자 책 속의 이야기가 저의 현실로 다가왔지요."이화여대 수학과 졸업을 앞둔 김혜원씨는 취업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입을 열었다.
고려대 영문과 졸업을 앞둔 김주희씨 역시 "사실 반도체라는 것도, 반도체세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입사를 했다"며 김혜원씨와 동감을 표시했다.
"바늘 구멍보다 좁다"는 입사 문턱을 넘어선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며 겸손해했지만 지난해 12월8일 입사해 이제 겨우 두달을 넘긴 두 사람은 그러나벌써부터 필드를 뛸 만큼 당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거래처 고객들을 만나보면 아직까지도 거래파트너가 아닌 심부름꾼으로취급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며 "영업에 필요한 지식이야 교육이나 경험을통해 차차 얻어지겠지만 여성을 터부시하는 풍토를 극복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않다"고 실토하는 두 사람은 "그러나 반드시 당당한 한 사람의 영업사원으로평가받을 각오"라며 힘주어 말했다.
"고객들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을 체크해 꽃다발을 선물한다든가 여성만이 지닐 수 있는 섬세한 감정으로 고객들을 정성껏 대하는 등 나름대로의영업방식을 개척하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며 살짝 웃는다.
"일이 있다면 지방출장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지만 술자리를 빌려영업을 하는 관행은 점차 정상적인 비즈니스에 의한 거래로 바뀌어야 한다고믿으며 이미 상당부분 개선되고 있으므로 여성이기 때문에 가지는 핸디캡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분야가 이 분야라고 생각된다"며 영업철학까지도 서슴없이 밝히는 두 사람이지만 그러나 잦은 지방출장에 따른 가족들이나 주위친구들의 지나친 우려의 시선을 견뎌내기가 만만찮다.
"당면문제를 헤쳐나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본의 아니게 후배들의 앞길이 우리들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부담스럽다"며 이같은 주위의 지나친관심과 기대가 또 하나의 여성편견이겠지만 달게 감수할 작정이란다.
"일을 시작하면서 무엇보다도 큰 힘이 되는 것은 우리를 여성으로 여기지않고 영업사원으로 대해주면서 부족한 점을 감싸주며 적극 도와주는 사장님을비롯한 상사.동료들의 열린 마음"이라며 "이 분들을 위해서도 물러서지 않고전진을 계속하겠다"고 야무진 각오를 나타냈다.
<유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