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최근 4년간 소프트웨어(SW)관련 산업규모를 보면 92년 9천4백억원, 93년 1조2천8백8억원, 94년 1조8천4백억원 등이며 95년에는 2조5천5백여억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분야의 산업발전은 외형상으로 상당한 성장세를 보여 오는 97년에는 전체SW산업 규모가 올해보다 20% 가량 늘어나는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속에서 과연 우리의 SW산업이 호황세를 구가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는 선뜻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SW관련 무역적자는지난 90년 7백만달러에서 91년 1천3백만달러, 92년 1천3백80만달러, 93년 1천9백30만달러, 94년 2천9백20만달러에 이르며 지난해의 경우 수입만 3억달러이상의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해마다 적자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94년 관세청과 산업연구원이 조사, 발표한 PC용 프로그램 무역부문의경우 수입이 수출의 17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가장 일반적인 PC분야에서 우리나라의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외국에의존하고 있는가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예라 할 수 있다.
컴퓨터 도입역사가 30년을 헤아린다고 볼때 SW의 일반 보급은 IBM PC가 본격도입된 전후인 8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대략 십수년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SW산업협회가 국내 SW산업을 판단한 최근 자료에서도 밝히고있듯이 우리나라의 SW산업은 아직도 모든 분야에서 여전히 도입기 내지는 성장기 도입부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SW산업의 특징은 외형상 SW패키지와 정보서비스로 구분되는데 이가운데 일본식 소프트웨어 산업의 전형인 시스템통합(SI)개념의 정보서비스분야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지난 4년간의 전체 SW산업 추이를 살펴보면 SI산업 차원의 매출은 줄곧 전체SW산업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해오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정보서비스 차원의 SW산업은 SI개념의정보서비스 매출이 지난 92년 82%, 93년 79.2%,그리고 94년 95년에 76%를나타냈다.
따라서 지난해의 경우 나머지 24%가 패키지 분야의 매출인 셈이다. 그러나이 몫의 매출은 지난 4년간 SW패키지 매출면에서 국산 패키지가 10% 정도에 불과한 점 대부분 사무용 일부제품에 국한된 점 시스템 운영SW분야가거의 없는 점 등에서 전반적인 SW매출 활성화에 기여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이는 SI차원의 SW산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SW산업의 부가가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2~3년동안 국산 패키지를 이용한 네트워킹 작업 등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시도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90년대초 SW관련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정부.공공기관의 민간수주를 늘려달라는 것이었다. 이는 불과 몇년전까지 해외 기술도입선으로부터 전수받은기술을 바탕으로 해 정부가 자체 기술로써 사업을 펼쳐온데서 기인한다.
특히 상당수 공공기업은 프로젝트 수행시 프로그램 개발비를 산정해주지않고 전체비용에 통합비용으로만 지불, 사실상 프로그램 비용이 산정되지 않는경우가 다반사였던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이는 80년대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SW관련 서비스산업이 불과 10여년의역사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컴퓨터산업에서 SW는 그저 부속물 정도로 인식된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제반 여건속에서 국내 SW산업계는 성장을 거듭했으며 패키지 분야의 양적성장을 본다면 우리나라는 지난 92년 23.3%, 93년 35.3%, 94년 44.3% 등의꾸준한 성장률을 보여 왔다. 또 지난해에도 38.2%의 성장을 보인 것으로조사되고 있다.
앞으로 2년간도 각각 24.4%, 14.3%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 성장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의 산업계 및 기업에서 사용되는 SW중에는 외국산이 대다수를 차지하고있으며 운용체계 등 시스템SW는 거의 전무할 정도여서 국내 개발자의 개발몫으로 응용프로그램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그 한 원인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질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국산 운용체계(OS)에서부터 국산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 개발노력이 80년대 후반부터 끊임없이 이뤄져 왔고 90년대초반에는 비로소 국산이라 할 만한 것들이 드문드문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신규개발과 함께 기존 프로그램을 점진적으로 보완.발전시켜 나가야 할 과제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무용으로도 그룹웨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이 개발되었으며산업용으로도 DBMS를 비롯한 컴퓨터지원 설계 및 생산(CAD/CAM)이나 지리정보시스템(GIS)도구툴이 부분적이지만 나름대로의 진척을 보이면서 국내 기술수준의 진일보를 확인시켜 준 것도 이즈음이었다.
사실 80년대 중반까지의 SW관련 시장은 지금과 비교해 보면 극히 열악한상황이었음을 보여준다.
지금부터 10여년 전인 85년, 과기처가 조사해 내놓은 "국내 SW업체 일반"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이때까지 국내 SW관련 업체는 총 3백5개 업체인 것으로나타났다. 이 보고서에는 당시 SW관련 사업종사자가 7천5백명이며 자본금1억원미만의 업체가 전체의 58%로 보고되고 있다. 또 대부분의 SW업체인 77.3%가 서울지역에 편중되었던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수요기업인 업체가 자체 개발에 의존, 개발하는 경우가 60% 이상을차지하는 등 SW관련 서비스업체가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이 상당히 척박했던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시기이후 SW산업 활성화를 위한 관련단체가 나타나기 시작, 85년 SW개발연구조합,그리고 88년엔 한국SW산업 정보산업연합회가 각각 생겨났다. 당시의 개발환경은 15명 미만의 종업원을 가진 업체가 전체의 절반정도인 상황에서 SW의 개발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편 국내에서 개발된 SW 등록건수는 해마다 늘어나며 87년 1백54건에서 88년 1천4백54건, 90년 2천1백66건, 91년 2천6백34건, 92년 3천5백32건, 93년5천80건, 94년 5천9백34건, 그리고 95년 6천5백53건에 이르는 등 매년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 등록 프로그램은 모두 상업화와 관련있는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고 다만 우리 SW산업 발전의 배양토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한국소프트웨어연구조합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개발업무에종사하는 소위, 소프트웨어 업체는 통틀어 약 1천여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개발을 하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 유통과 개발을겸하고 있기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전문적인 업체는 4백~5백여개사에 이를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SW산업의 미래는 정책적.제도적으로 이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성장시키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또 국내에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비록 응용프로그램 수준이고 운용체계와관련한 개발이 어렵다 하더라도, 산업계에 필요한 프로그램 개발 노력을지속해 나가야 하는 것이 오늘의 과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사무자동화와 관련해 주류를 이루는 그룹웨어관련 SW의개발자들이 많이 등장하고 한국적 사무환경 등을 반영하면서 외국의 유명 프로그램과의 차별성까지 갖추기 시작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된다.
지난해 우리 SW관련 산업은 패키지분야에서 가격파괴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됐고 이러한 가운데 중견 SW업체들의 주요 고객이 기업과 일반사용자들에게편중, 이 또한 기업들의 사업확대 및 연구의욕에 비해 산업환경이 부합되지못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다가오는 SW산업의 일반적인 추이를 보면 지난 93년께부터국내 컴퓨터 관련업체들이 컴퓨터산업의 중심으로 SW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93년을 기점으로 멀티미디어 급성장에 대비하기 위한 기업들의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 이때부터 관련업체들이 시스템통합 차원의 SW에 관심을 보이기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정보산업의 근간인 컴퓨터 SW개발 업체들은사회에 팽배한 저작권 불감증으로 연구의욕이 저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에 따르면 지난해 초까지 등록된 국내개발 SW는주로 과학기술용.사무관리용.유틸리티용.데이터통신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주류를 이루고 있다해서 이들 제품이 곧바로 상용화됐다는 것은 아니다.
국내 SW업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0.36%에 불과한데 비해 미국.EU.일본등 선진국은 46.4%, 27.4%, 18.7%에 이르고 있다.
연평균 30%를 넘어서고 있는 SW산업 성장률의 화려한 수치뒤에는 이렇듯그늘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