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내디딘 "전자제품거래정상화협"-자율성 확보 성공열쇠

"전자제품거래정상화협의회"가 최근 사무국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활동에들어갔다.

전자제품이 주요 무자료 거래품목으로 지목돼 세무당국으로부터 집중적인단속 대상이 되자 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에 나선 것이다.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가전3사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탄생한 이협의회는 현재 일선 유통점에 대한 교육과 홍보 등 기초적인 작업에 나서고있다. 그러나 지역 협의회 구성이 본격화되고 있고 협의회 내부조직 갖추기도빠르게 추진돼 앞으로 활동영역이 넓어질 전망이다.

"전자제품거래정상화협의회"의 역할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된다.

첫번째 역할은 비록 가전3사가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하는 등 주도적으로협의회 설립에 간여했지만 협의회 구성목적과 성격상 협의회는 앞으로 가전3사유통망을 포함한 전자제품 유통체계의 무자료 거래를 적발하고 단속하는것이다.

또 하나는 적발자와 적발대상이라는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세무당국과전자제품 유통채널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수행하는 협의채널이다.

협의회는 이같은 역할수행을 위해 현재 자정역할에 나설 직원을 보강하고있고 최근 부산.경남지역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전국에 7개 지역협의회도 구성중이다.

그러나 이 협의회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몇가지 과제가 있다.

우선 세무당국으로부터 얼마만큼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협의회가 단순히 세무당국의 지시를 받고 행동하는 꼭두각시 노릇을하게 된다면 자정 노력이라는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전3사가자금을 출자해 설립한 협의회가 가전사의 옆구리에 칼을 들이대는 형상이 될경우 향후 업계와 관의 협력 분위기를 냉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당국의 자율성 보장과 함께 출자업체인 가전3사의 입김을 얼마만큼 배제할 수 있는가 하는 점도 협의회 사무국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협의회가 무자료 거래 근절이라는 당초 설립 목적에 충실한 대신 절대 가전유통점의 부정거래를 막아주는 바람막이 역할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협의회가 가전유통뿐만 아니라 모든 전자제품의 거래질서 정상화에나설 수 있는 명분을 갖추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가전3사 모두 거래질서 정상화의 필요성을 이전부터 인식하고 나름대로 대응을 해왔으며 이번 협의회 구성에 주도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본사와 대리점간 투명한 거래 관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면서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2, 3차 유통단계의 부정거래 문제 해결이시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세무당국 역시 협의회의 자율적인 운영을 통해 무자료 거래를 근절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장기적으로 전자제품거래정상화협의회는 관련업계나 관계당국 어느 한편에도치우치지 않는 활동여건이 마련돼야 진정한 설립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보인다.

<박주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