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30%대의 높은 성장률을 자랑하던 국내 공작기계경기가 올들어 하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경기선행지수와 같은 공작기계 경기의 부진은 전반적인 경기불황으로 이어질가능성이 높아 주목을 끈다. 공작기계 수주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제조업계의 설비투자가 줄고 있는 데 따른 것이고, 이는 곧 산업전반의 경기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수주량이 소폭 떨어지기 시작할 때만 해도 국내 공작기계 업체들은 비자금 여파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주감소 추세가 몇 개월째 계속되자 각 업체들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상황은 공작기계산업이 3~5년을 주기로 부침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예견돼 있는 것이었지만, 국내 경기전반이 위축됨에 따라 예상보다 빨리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실제 기계류 수요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의설비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도 한몫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17%선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10%선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올해 공작기계산업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6%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공작기계산업도 하반기부터는 더욱 위축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나오고 있다.
업계는 이같은 기계경기 위축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갈 것이라고 내다보고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자금지원이라는 호재도 있지만 전반적인 흐름을뒤집지는 못할 것이라는 여론이다.
기아기공의 정종현 영업담당이사는 "지난해 하반기에 있었던 비자금 여파가계속되고 있다"며 "다른 NC공작기계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낮아 수요물량이 많은 선반의 경우 수주량이 급감하고 있는데, 이는 중소기업들의 가공물수주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달을 포함해 오는 5월께까지는 중진공의 자동화지원자금 및선거용 자금에 힘입어 소폭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지만, 선거용 자금이 환수되고 난 하반기부터는 급랭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유재두 대우중공업 영업담당이사는 "현재의 상황은 그동안 공작기계 시장에서 흔히 연례적으로 발생했던 "연초부진 연말강세"와는 다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중소 가공업체들의 경우 대형 기계는 가공물량이 있어 그럭저럭 현상유지를 하고 있는 편이지만 소형기계는 가공물량이 없어 가동을 중단하는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다각적으로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대부분 내수시장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만큼 내수에서의 부족분을 수출에서 보전한다는 것이기본방침이다.
대우중공업.화천기계 등은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강화해 수출에 주력함으로써내수하강에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두산기계나 통일중공업은군살빼기로 대응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또 기아기공을 비롯한 화천기계.현대정공 등은 이같은 경기위축에 대비해내수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편 국내 공작기계 업체들을 비롯한 기계업계는 중소기업 구조개선 지원자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총 2조원의 자금이 지난달말부터 지원되고 있는데, 이 자금이 효율적으로배분되면 기계류 산업의 경기활황에 다소 보탬이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 여건상 이 자금의 신청자격요건이 제조업 전업률 50%로 공장등록증을 보유한 업체에만 국한돼 있어, 사실상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대상에서제외돼 있다.
이에 따라 기계업계는 통상산업부에 지원자금신청 자격요건을 사업등록증보유업체로 1년 이상 제조활동을 하고 있는 업체까지 포함시켜 주도록 요청했다.
담보능력이 없어 재정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들에게 체감할 수 있을 만한자금지원이 이뤄진 후에야 기계업계도 더불어 공존할 수 있을 것이란 여론이다.
<박영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