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탄생한 지 만 25주년을 맞는다.
D램.EP롬 등에 주력해오던 미 인텔사는 지난 71년 최초의 진정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평가되는 "4004"제품을 발표했다. 어른 손톱만한 크기에 트랜지스터 2천3백개가 집적된 이 중앙처리장치(CPU)는 초당 6만개의 명령어처리능력을 지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최초의 컴퓨터로 불리는 애니악이 몇 톤에 달하는 무거운 몸체를 벗어버릴수 있게 된 것은 진공관을 대체한 트랜지스터의 발명 덕분이었다. "4004"는바로 수천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작은 회로에 집적하는 기술을 개발해 컴퓨터 CPU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최초의 제품이다.
이때부터 PC의 역사로 대변되는 CPU 역사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인텔은"4004"제품 발표이후 20여년 동안 "8088"."80286"."펜티엄"에 이르기까지데이터 처리속도와 용량면에서 성능을 몇 배씩 향상시킨 제품들을 계속해서내놓았다. 지난해 말에는 5백50만개의 트랜지스터를 손톱만한 칩에 집적해초당 3억개의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는 "펜티엄프로"를 발표, 초고성능 PC출현의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반도체업계의 명실상부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인텔의 발기인이기도 한 고든 무어는 이미 30년전에 "한개의 다이(Die)에집적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3년마다 4배씩 증가한다"는 이른바 "무어의법칙"을 발표했다. 그는 이 근거로 트랜지스터의 회로선 폭이 매년 10%씩줄어들어 집적도를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어의 예견은 인텔의CPU에 예외없이 적용됐고 펜티엄프로 발표이후 최근들어서는 기간이 훨씬단축돼 무어의 법칙을 무색케 하고 있다.
71년 "4004" 프로세서 발표 당시 일반인들이 이 제품 앞에 붙인 이름은 "손톱만큼 작다"는 뜻의 "마이크로"(MICRO)였다. 바로 CPU의 발전사는이 작은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얼마나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키는가에 모아져왔다.
2천3백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킨 "4004"제품이 7년 만인 78년 "8086"에와서 14배에 달하는 3만개를 넘어섰고, 11년이 지난 82년 "80286"에는 13만4천개를 집적시키는 데 성공했다. 손톱만한 CPU가 기존에 집채만한 컴퓨터가수행해온 기능을 대체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시기가 바로이때부터다.
다시 7년이 지난 89년 인텔은 초대형 컴퓨터의 성능과 맞멎는 1백20만개의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킨 "80486"을 발표, IBM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고 11년이 지난 93년 발표한 펜티엄에는 3백만개를 집적시켜 끝간데 없는 고집적기술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이같은 인텔의 CPU 성능개선 노력은 PC를 비롯한 수요업체들에게 20년이 넘게 CPU시장에서 인텔의 자리를 누구도 넘보기 힘들게 함으로써 "인텔 CPU가 표준제품"이라는 인식을 확고하게 심어 놓았다. 90년초부터고개를 쳐든 호환칩 업체들의 추격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는 것도 그간 인텔이 보여준 개발력 때문에 수요업체들이 섣불리 경쟁업체들의 손을 들어주지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윈도 출시이후 소프트웨어시장에서 독주해온 마이크로소프트사와손잡고 PC의 표준화를 주도해가기 위한 "윈텔"진영을 구성했으며, 이후 세계PC CPU시장의 80%가 넘는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세계 반도체시장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표준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과이로 인한 엄청난 이익을 보장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텔은 지난해 전년대비 무려 41%나 늘어난 1백6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수익성면에서도 매출대비 22%에 달하는 36억달러의 당기 순이익을 올려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있다.
그러나 "4004"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발표된 지 25년이 지난 최근에 들어서는칩시장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PC위주로 진행돼온 마이크로프로세서시장이 각종 전자기기의 멀티미디어화 등 첨단화 추세에 힘입어 시장분화현상이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64비트 리스크칩 임베이디드시장이 빠른 속도로부상하고 있고, 오라클사 등이 발표한 네트워크 컴퓨터용 저가형 마이크로프로세서도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칩시장 분화현상은 지난 25년을 지켜온 인텔의 아성에 적지 않은시련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인텔 부상의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표준제품으로의 명성이 시장분화로 상당부분 엷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