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정보통신망(ISDN)." 불과 2, 3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 이미지 홍보를위해 카피라이터가 즐겨 찾던 키워드다. "정보통신"이란 수식어는 여전히 효력을 더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멀티미디어"란 단어가 각광받고 있다.
정보통신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져 현대판 골드러시가 발생하고있다. 。。정보통신(주)으로 간판만 바꿔달아도 주가가 치솟으며, 정보통신공학과는 신설하자마자 전도유망한 타 학과를 제치고 고득점자가 몰린다.
멀티미디어는 이미 국내 유수의 대기업광고에서 "종합정보통신망"을 대신하고 있으며, 미래의 미디어이므로 매스미디어에서 자발적으로 비싼 지면과시간을 할애해 홍보를 편 결과, 멀티미디어는 첨단이고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인식이 확산되었다.
정보통신분야에 종사하는 필자로서는 매우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현상이라고생각하나, 이에 대한 실제를 면밀히 평가하기 위해서 의문을 던져보기로하자.
과연 저명한 미래학자의 지적대로 후기산업사회에서 고도정보사회로 급속히이전중인가 아니면 자신의 사업과 직결된 언론.정보통신업계에서 아전인수격으로 요란히 주장하고 있지는 않은가. 물질.노동.자본에 비해 정보가 더가치있게 되고 있는가 아니면 게임과 노래방 등 오락물이 주도하고 있지는않은가. 멀지않은 장래에 초대형 멀티미디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는데(미국의 경우 2015년에 3천조원), 새롭게 창출된 시장이라기 보다 대부분이기존 시장의 대체 형태는 아닐까.
지금 이 시대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대변혁기에 서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길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인류사 100만년보다 후기 1000년에 더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듯이 향후 10년은 20세기 100년보다 더 급격한 변화를 보일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표한 신규 기간통신사업자 공모는 이와 같은 변화의 의미있는 시작이라 하겠다. 30개에 육박하는 새로운 통신사업권을 향해 평균 5배수의 컨소시엄이 제안서를 제출하고 각 컨소시엄은 50개의 기업으로 구성된다고 가정할 때 중복참여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줄잡아 7천5백개의 기업이 신규사업참여의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중 5분의 1인 1천5백개의 기업이 신규통신사업에참여하게 될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그중에는 상당수의 기업이 단순한 출자만 하겠지만 이는 정보통신분야에 가히 혁명적인 변화와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92년도 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의 전례를 돌아보고 그 성과를 평가할 때정보통신에 대한 국민인식을 제고시켰을 뿐 아니라 어느새 미래 유망산업으로 변신했다.
또한 사업자선정에서 탈락됐던 기업 상당수가 그동안 정보통신 관련분야에꾸준히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해온 것으로 평가되며 이번에 참여를 준비중인것으로 보인다.
변혁기에 선 지금이 우리에게는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민의 정보화마인드는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어 있고 정부는 범부처적으로 초고속정보통신 기반구축의 깃발을 높이 들고 있으며 기업은 정보통신서비스업과 기기산업의 진출 및 확대를 강력 추진하고 있는 이때가 21세기의 도약을 위한최적의 시기다.
이를 위해 편리한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자에게 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골고루 나눠주어야 하며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이전에도 가능한 멀티미디어통신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도록 통신사업자는 노력하고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등으로 미래를 기약해야 할 것이다.
〈한국외국어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