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미오리건주)=김경묵기자 드디어 현대전자의 미국 오리건 현지공장이 착공됐다. 지난해 5월 처음 해외공장 설립계획을 발표한 후 만10개월만의 일이다. 그간 재경원 등 관계기관의 해외투자 억제정책에 발목이 잡혀현지공장 착공계획은 무려 7개월 가까이 지연됐고 환경보호를 내세운 현지주민의 반대에 부딪쳐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27일 오리건공장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뜸으로써 국내 반도체 사상 처음으로 13억달러에 이르는 대단위 해외투자가 이루어지게 됐다. 반도체 해외생산의 첫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현대전자의 오리건공장 착공은 명실상부한 반도체 해외 생산시대의 개막을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 대다수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포르투갈.중국.태국.필리핀 등지에운영하고 있는 생산기지들이 모두 조립라인이었던 것과는 달리, 현대의 오리건공장은 웨이퍼 일관가공 생산라인(FAB)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있다.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해외 FAB의 첫 시험대가 미주지역이라는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미국은 세계 반도체시장을 사실상 좌우하는 지역일 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 수출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다.
그러나 반덤핑혐의.특허제소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수출장벽 또한 만만치않은 시장이다. 이곳에서 현대는 64MD램을 97년 말부터 본격 생산해 현지수요를 충당할 계획이다. 98년에는 8인치 웨이퍼를 월 1만3천장 소화하고,완전가동체제에 들어가는 99년에는 3만장으로 늘려 2000년에 20억달러 이상의매출을 올린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시장대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현지에서 생산하는 추세는 이제 하나의 대세다. 이미 가장 보수적이라고 소문난 일본의 도시바도 더 이상의 국내생산 고집을 포기하고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 적극 나설정도로 반도체시장의 상황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단위 해외투자에따른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현대전자에 이어 삼성전자가 미 텍사스에, 또LG반도체가 말레이시아에 현지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손잡고 "무섭게 커버린" 한국에 대한 견제를 시작하면서더 이상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수출시장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있다. 특히 미주시장의 경우 아직 반덤핑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고특허공세 또한 한층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 생산체제는수요업체에 대한 밀착대응을 통해 불필요한 무역장벽요소를 사전에 피하고시장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인 것만은 분명하다.
또 현지공장 구축은 이처럼 현지시장환경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고 적시에시장에 공급함으로써 판매증대효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64MD램 및 2백56MD램 등 차세대 제품과 관련해 우수한 우리나라의 생산기술과 기초기반기술 및 응용기술 등 R&D기술력이 뛰어난 현지기술을 접목할 경우 시너지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현대측은 보고 있다.
현대는 특히 미 맥스터사.AT&T GIS사의 비메모리 반도체부문 및 TV COM사 인수에 이은 이번 미주 반도체 생산공장 착공이, 세계 유수의전자업체들과 어깨를 겨루는 초일류 전자업체로 발판을 다지는 커다란 계기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