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안테나] KBS, 수신료가 효자노릇 "눈부신 약진"

여의도 광장앞에 자리잡은 한국방송공사(KBS) 중계탑이 한층 빛을 발하고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MBC의 위세에 눌려 시청률 경쟁에서 참패를면치 못했던 KBS가 최근들어 드라마를 비롯한 거의 모든 프로그램 분야에서MBC와 SBS를 제치고 시청자의 시선잡기에 성공하면서 방송사간 시청률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93년까지 TV수신료 징수문제로골머리를 앓으며 재정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KBS는 94년 하반기부터 실시된"TV수신료 징수제도 개선조치"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1천1백11억원의 순익을남기는 엄청난 경영성과를 이룩했다.

이는 지난 94년 KBS가 기록한 30억원의 순익에 비해 무려 3천4백88%나 증가한 것으로, KBS의 재정기반이 안정궤도에 진입했음을 반증하고 있다.

또 KBS는 최근들어 각종 최첨단 방송기술을 잇달아 개발해 새로운 부가 방송서비스를 확대 실시함으로써 경쟁사와의 대시청자 서비스경쟁에서 기선을잡고 있다.

최근 각종 TV시청률 조사기관이 발표하고 있는 시청률 순위표를 살펴보면KBS는 10위권 안에 드는 인기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독식하며 그동안 MBC와 SBS가 주도해왔던 프로그램 인기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93년 방송된 일일연속극 "당신이 그리워질 때"의 돌풍이후 지난해 방송된바있는 주말연속극 "젊은이의 양지"와 현재 방송되는 일일연속극 "바람은 불어도"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전통적인 드라마왕국 MBC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들어 "현장 삶의 체험" "119구조대" 등과 같은 교양 프로그램과 쇼.오락 프로그램들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KBS는 시청률 경쟁에서 타방송사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 특히 일일연속극 "바람은 불어도"의 대성공은 "KBS 9시 뉴스"의 시청률을 끌어 올리는데크게 기여해 KBS 뉴스의 위상을 높인 효자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KBS의 이같은 약진으로 인해 최근 각 방송사의 프로그램 개편에서는 전에찾아볼 수 없었던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MBC의 편성정책에 맞춰 KBS가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해왔던 전통적인관행이 깨지면서 MBC가 KBS의 편성정책에 맞춰 프로그램을 개편하는 역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 봄철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한 MBC는 이번 개편의 주요목표 가운데 하나를 "KBS 따라잡기"로 정하는 등 KBS의 독주체제를 저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에부심하고 있어 "잘 나가는 MBC"를 기억하고 있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처럼 각종 프로그램 인기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KBS는 새로운 방송기술 개발에서도 MBC와 SBS를 앞서고 있다.

지난해 9월 MBC.SBS와 함께 서울.경기 지역에서 한국형 예약녹화시스템(KBPS) 서비스를 시작한 KBS는 다음달부터 3개 방송사 가운데 처음으로 이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KBS는 다음달 4일부터 국내 방송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금까지수도권지역에서만 실시해온 음성다중방송을 전국으로 확대 실시해 지방에 있는 시청자들에게 보다 개선된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지난 92년부터 KBS와 가전 3사가 공동으로 개발해온 "잔상제거기술"(GCR)을 본 방송에 도입해 난시청 지역의 TV수신상태를 개선할 예정이다.

게다가 KBS는 오는 7월부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위성방송을 실시할예정이어서 위성방송사업에서도 MBC와 SBS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수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KBS는 지난해말 장기적으로 국내 방송기술의 발전을 위해 오는2005년까지 2천억원을 투입해 KBS기술연구소를 국제규모의 "방송기술연구소"로 육성한다는 기본계획을 마련함으로써 타방송사에 비해 방송기술개발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개막됨에 따라 NHK.BBC.ZDF 등 선진 각국의 공영방송이 상업방송과 새로운 매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상황에 비추어 볼 때,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루어진 공영방송 KBS의 약진은주목을 끌 만한 사건임이 분명하다.

국내 방송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경쟁체제가 전개되고 있는 상황속에서 KBS가 언제까지 우리나라 방송계의 주도권을 장악해 나갈지 관심이모아지고 있다. 【김성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