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대 기행] 정보시대 영혼과 육체

한 작가가 영국의 근대 비평가인 카알라일을 소개한 글에는 다음과 같은내용이 있다. 그가 37세이던 1832년부터 "聖상철학"이란 평론을 잡지에 연재하였는데, 대자연과 우주를 "신의 의상"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의 육체는 영혼이 입은 하나의 의상"이며 "자연은 신의 의상"이라는것이다.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은 신이 의상을 갈아입는 것이며, 죽음은 영혼이 자신의 의상을 갈아입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이 말을 정보화시대의 주역인 컴퓨터에 적용하면 어떤 말이 될까? "하드웨어는 자연이요 소프트웨어는 신"에 해당한다는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더라도많은 사람이 "하드웨어는 육체요, 소프트웨어는 영혼(정신)"이라는 말은 흔히해왔다.

이러한 정보화의 영혼과 육체인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국내에서는 점점 국적을 잃어가고 있다. 역사 바로 세우기, 차별화된 고유문화 세우기 등, 국내에서는 세계화를 대비하면서도 우리의 바로된 정신(영혼)을 되찾기가 한창인데, 다가올 정보시대엔 컴퓨터의 영혼도 육체도 외국의 것으로지배될 전망이다. 세계화.국제화가 가속되는 이 시점에 신토불이.토착화.국산화 이러한 용어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가 라는 질문이 자주 제기되듯이 국경없는 정보화시대에 과연 우리 고유 컴퓨터의 영혼과 육체라는 말이 의미가있는가 라는 반문은 더 크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국의 영혼과 육체로 지배된 정보기기를 다루는 우리의 정신(영혼)이 아무 영향을 받지 않고 미래시대를 경쟁력 있게 버티어 나갈지는 장기적으로 볼때 많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컴퓨터의 육체를 국산화하려고 노력했던 타이컴의 보급이 작년까지총 8백84대를 넘었다 한다. 95년 1년에만 1백62대를 보급했다니 외형적으로보면 상당히 많아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아직도 행정및 정부투자 기관이 주를 이루고 있고, 그나마 정부조달도 완전 개방해야하는 무한경쟁시대를돌입하면서 국내 기업이 차기 중형컴퓨터의 국산화에 점점 소극적이 되어가는 경향이다. 정보의 영혼인 소프트웨어의 국산화는 더 취약한 편인데, 그나마 최근 "한우리" 등 우리의 정신과 영혼을 가지려는 활동은 다행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국내의 외국 컴퓨터 업계의 성장은 괄목할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회사들은 미국의 본사에 비해 한국에서 훨씬 높은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다.

정보시대의 우리 청소년의 어떤가? 고금을 통해 기성인들이 항상하는 걱정하는 말이지만, 요즈음 젊은이들이 점점 덩치는 커가는데 정신은 아직 못따라간다고들 한다. 마치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보다 소프트웨어가 느리다는 말과유사하게 들린다. 특히 인터네트의 사이버 스페이스를 누비면 외국의 언어,문화 등이 더욱 새 세대의 머리속에 가득찰 것이다. 그래도 한국인으로태어났으니 정신은 무국적이라도 육체는 국산으로 남아 있을 것 아이냐라고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명한 소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상기해 보자. 미래의 초과학화된 사회에서, 공장처럼 되어 있는 시험관에서 사람이 대량 탄생, 알악하나로 식사 해결, 등등. 이 세계에서는 인간의 육체도 한국산을 보장할 수없다. 이러한 일이야 없겠지만, 위와 같은 극단의 경우는, 정보사회 기기의육체와 영혼을 비롯하여, 인간사회의 영혼과 육체 까지도 국적이 사라질 수있다는 상상을 보여준다.

그나마 주전산기Ⅲ이 후속 개발되어 전면 광고까지 나온 것을 보고 최소한의국산 정보 육체 활동이 이어지는구나 하고 안심하게 한다. 곧 들이닥칠 정보시대의 영혼과 육체를 우리것으로 찾기 위하여는 앞으로도 더욱 분발해야하겠다.

<아주대 정보.컴퓨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