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8배속 CD롬" 출시배경

8배속 CD롬 드라이브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지난해 말까지 국내에서 판매되던 거의 모든 멀티미디어PC에 장착되어온4배속 CD롬 드라이브가 6배속 제품에 주력기종의 위치를 내준 지 단 두달만에 6배속도 8배속 제품에 주력기종의 자리를 내주게 될 공산이 커졌다.

CD롬 드라이브 분야에서 양대 산맥을 구축해온 LG전자와 삼성전자가 5일동시에 8배속 CD롬 드라이브를 개발, 본격 출시한다고 전격 발표해 국내CD롬 드라이브 산업의 고속화 경쟁이 더욱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6배속 제품을 출시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8배속 제품을 전격 출시한 것에 대해 관련업계는 의아해하면서도 삼성전자가 CD롬 드라이브 사업을 본격 전개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하고있다.

사실 삼성전자는 그동안 CD롬 드라이브 사업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LG전자에 줄곧 밀려왔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2배속은 물론 호황을 누려왔던 4배속 CD롬 드라이브에서 LG전자가 국내시장을 거의 석권하고 해외시장에도 약 3백만대 이상을 수출, 한국이 CD롬드라이브 신흥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을 때 삼성전자는 내수용 모델을뒤늦게 출시, 이삭줍기에 급급해왔다.

4배속 이하 CD롬 드라이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고전하던 삼성전자는 이를만회하기 위해 4배속이후 모델로 8배속 제품을 선정, 일거에 국내 CD롬드라이브 시장구도를 뒤바꾸어 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하고 지난해 가을춘계 컴덱스쇼에 시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이같은 의도는 잠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당초 일본및국내 CD롬 드라이브 업체들은 4배속이후의 주력기종은 8배속 제품일 것으로 전망하고 여기에 개발력을 총동원했다.

세계 CD롬 드라이브 시장을 리드하는 일본과 한국업체들이 8배속에 관심을기울이고 있던 와중에 대만 및 아세안권의 후발 CD롬 드라이브 업체들은6배속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 4배속에 버금가는 가격에 판매하자 세계 CD롬 드라이브 시장은 4배속에서 6배속으로 급속히 주력기종이 전이됐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비슷해 CD롬 드라이브 후발주자인 태일정밀이 국내업체처음으로 6배속 제품을 지난해 말에 출시,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면서 8배속을 준비하던 LG전자와 삼성전자를 당혹스럽게 했다.

LG전자가 기존 전략을 수정해 6배속 제품을 전격 출시하자 삼성전자도지난주 6배속 CD롬 드라이브를 출시, 맞불작전으로 응수하는 듯했다. 그러나삼성전자는 이같은 업계의 관측을 뒤집고 5일 8배속 제품을 출시했다. 일주일 간격을 두고 상위 기종을 내놓은 삼성전자의 의도는 정확히 파악되지않고 있으나, 더 이상 CD롬 드라이브 분야에서 경쟁업체에 밀리지 않겠다는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CD롬 드라이브에서 사실상 최후의 버전으로 인식되고 있는 8배속에서 밀릴경우 삼성전자는 CD롬 드라이브 사업에서 참담한 실패를 기록하게 되는오점을 남기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올 10월께면 차세대 기록매체인DVD가 출현하게 돼 CD롬 드라이브는 앞으로 길어야 1년반 정도 시중에서상품으로 팔릴 운명이다. 따라서 최후 기종인 8배속에서 승부수를 내지 못할경우 CD롬 드라이브 사업은 물론 DVD롬 드라이브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우려가 있다고 삼성전자는 자체 판단, 8배속 제품을 전격적으로 대량 출하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8배속 제품을 발표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LG전자는 당초 3월발표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8배속 CD롬 드라이브를 앞당겨 발표했다.

이같이 LG전자와 삼성전자 간의 지나친 경쟁의식속에 예상보다 두달 정도앞당겨진 국내 8배속 CD롬 드라이브 시장은 시작 초기부터 양사가 상당한출혈을 감수하는 가운데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LG전자는 수출용으로 생산해 놓은 4배속 제품을 지난달부터 내수용으로 돌려 저가에 출하하고 6배속 제품에서도 재미를 못보고 있는 가운데 8배속 제품마저 생산하게 돼 재고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4배속 제품의 재고가 상당량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6배속.8배속제품을 거의 동시에 출하해, 제품간 가격 설정을 놓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질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양사의 자존심 싸움에서 촉발된 8배속 CD롬 드라이브 시장선점 경쟁이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