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PC "한국시장서 살아남기"

외국 컴퓨터업체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 세계적인 명성만을 앞세운 고압적인 영업자세가 최근들어 직접 발로뛰는 영업으로 바뀌고 있으며 적게 팔고 많이 남긴다는 고마진전략에서 저마진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

또 소극적인 마케팅전략에서 탈피, 그동안 국내업체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TV광고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 소비자들에게 한 발 다가서는 영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제품 및 가격정책에서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엔지니어를 본사에 파견, 제품설계단계부터 참여케 함으로써 한국시장에 맞는기능을 채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출시시기도 국내기업들에 맞추고 있다. 가격또한 국산제품과 비슷하거나 아예 국산제품보다 낮게 책정, 국내업체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이같은 외국 PC업체들의 변화는 그동안 외국업체이기 때문에 매출부진은어쩔 수 없다는 패배의식에서 이제는 한번 해 볼 만하다는 의식의 전환에 의한것으로 분석된다.

즉 국내기업과 똑같은 영업과 제품가격, 마케팅으로 시장을 완전 장악하고있는 국내기업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국 PC업체들의 변신에 불을 댕긴 것은 홈PC시장의 만개. 그동안 기업시장위주로 PC사업을 펼쳤던 외국 PC업체들로서는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홈PC수요를 잡는 것이 관건으로 떠오르면서 그동안의 영업방식에서 탈피하지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외국 컴퓨터업체들의 이같은 변신은 한국IBM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IBM은 최근 자사의 첫 홈PC인 "압티바"를 발표하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다른 모습으로 IBM의 명성을 한국PC시장에서 이어가겠다는 다부진 각오를내보이고 있다.

한국IBM의 변화된 모습은 우선 PC사업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서 엿볼 수있다. 한국IBM은 앞으로 영업의 중심을 중대형컴퓨터분야에서 PC분야로 옮겨간다는 전략을 세웠으며 이에 따라 올해 PC매출도 지난해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6백50억원으로 책정해 놓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지난 1월에 이어 3월중 PC사업본부의 조직을 대대적으로개편해 기업분야와 일반소비자분야, 서버분야 등 유저별로 구분해 영업력을집중하고 특히 그동안 PC사업본부가 전담해온 PC영업을 중대형컴퓨터를 담당하는 영업사원들도 일정부분 책임지는 이른바 부서별 책임할당제를 도입,실시하기 시작했다.

이영권 PC사업본부 마케팅실장은 "한국IBM은 지금까지 국내업체들을 뒤쫓는소극적인 영업에서 벗어나 IBM의 명성에 걸맞는 우수한 제품을 값싸게 공급해 국내 PC시장과 산업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의 일단을밝힌다.

세계 최대 PC업체인 컴팩의 국내법인인 한국컴팩도 예외는 아니다. 제품개발에서부터 한국엔지니어들이 참가해 각종 소프트웨어의 한글화를 미국 현지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3월부터는 TV광고를 대대적으로 실시, 컴팩PC에 대한소비자들의 인식을 높이고 이를 판매확대로 연결시키겠다는 의욕을 내비치고있다.

한국컴팩의 이강훈사장은 "한글화, AS강화, 대대적인 광고 등 모든 영업및마케팅을 국내기업과 똑같이 구사하는 현지화 전략으로 오는 99년까지 한국PC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국내외업체를 망라해 3위의 자리까지 끌어올리는것이 목표"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힌다.

IBM.컴팩을 비롯해 에이서.패커드벨.IPC 등 세계 PC시장을 석권하고 있는이들 외국업체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한국시장을 공략키 위한 이같은 변신노력은 1%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PC업체들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것은 틀림없다.

<양승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