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 채산성 악화 배경-"제살깎기식" 가격경쟁이 화근

5대 가전제품의 하나로 꼽히는 전자레인지의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보급포화상태에 달한 냉장고.세탁기 등과는 달리 지난해말 현재 내수 보급률50%, 대체수요비율 22% 등에 불과해 성장가능성이 크게 기대돼온 전자레인지가 최근 잇따른 가격인하와 시장점유율경쟁으로 가전3사의 채산성이 크게악화되면서 활기를 잃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한 전자레인지시장은 90년대들어성장세가 다소 주춤했으나 판매가 10%가량 증가한 93년을 기점으로 다시 회복세를 나타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자레인지는 연간수요가 1백만대로 이하로 규모 자체가미미하긴 했으나 30만~40만원대의 고가제품이 주종을 이루며 시장이 팽창할경우 짭짭한 사업수익성을 노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품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94년,95년에 걸쳐 단행된 3차례의 가격인하는 각사 제품의 가격을평균 20% 이상 떨어뜨려 그동안 간신히 현상유지를 해냈던 전자레인지사업에찬물을 끼얹었다.

여기에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적자를 무릅쓰고 10만원대 보급형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한 것도 전자레인지사업의 채산성 악화에 결정적인 타격이 됐다.

지난해 국내 전자레인지 판매대수는 총 1백25만여대로 전년보다 15%가량 증가했으나 가전3사의 매출은 1천6백억대로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적자모델인 10만원대 보급형의 판매비중이 25~30%에 육박하면서가전3사의 전자레인지사업 수익구조를 크게 악화시켰다.

가전3사는 수익구조개선을 위해 그릴및 오븐을 채용하고 한국식 요리기능을추가한 30만원대 고급모델 판촉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이 또한 직화요리와손맛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요리문화의 장벽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다.

또 그릴기능이 채용된 최고급형 가스레인지가 30만원대이고 최근엔 50만원대보급형 가스오븐레인지까지 등장, 고급형 전자레인지의 입지를 약화시키고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다 전자레인지가 연간 1천만대 이상을 해외시장에 공급하는 수출지향적 사업품목이란 이유로 가전3사가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내수부문을 다소소홀히 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로인해 가전3사 관계자들은 "유망사업으로 기대를 걸었던 전자레인지가최근들어선 가스레인지.청소기사업보다 매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원가절감.생산성향상 등 내부적인 노력외에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있는 뾰족한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향후 전망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유형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