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프린터와 복사기분야의 선두주자인 한국HP와 신도리코가 손을 잡았다.
복사기와 팩시밀리 기능을 각각 주요기능으로 하는 HP사의 복합사무기기 "카피젯"과 "오피스젯"의 국내 시판을 위해 양사가 유통 및 판매, AS부문에서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이다.
이번에 제휴한 두 회사 모두 각기 프린터와 복사기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업체라는 점에서 국내 사무기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이달말부터 시판될 "카피젯"이나 이의 판매를 담당할 신도리코의 영업망모두 국내 시장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카피젯"의 경우 컬러복사기와 프린터의 기능을 갖추고 있는 복합사무기기로프린터 전문업체인 미HP사가 복사기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야심차게 선보였던 제품. 컬러출력이 가능하면서도 가격은 복사기가격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저렴해 이미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는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상태다.
이의 판매를 담당할 신도리코는 국내 복사기 시장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영업력을 갖춘 업체. 신도리코의 영업망을 이용할 경우 "카피젯"의 판매량 증가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범에 날개를 단 듯한 양사의 제휴를 두고 관련업계는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HP의 명성과 제품력으로 국내 프린터 시장에 일대 회오리를 일으켰던 한국HP가 왜 "카피젯"과 "오피스젯"의 판매를 위해 신도리코의 손을 빌렸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해석으로는 한국복사기 시장의 특수성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꼽히고 있다.
복합사무기기의 경우 일반 소비자가 아닌 사무실 등 특수 사용자가 주 시장층을 형성해 프린터의 가장 중요한 경쟁요소인 가격이 별 의미가 없다는것.
또 한국HP 입장에서는 경험도 없는 복사기 영업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느니 보다는 신도리코에 일정 정도의 판매이윤을 내주는 쪽이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신도리코 역시 한국HP의 가세로 기존 시장구조가 흔들리는 것을 결코 원치않았기 때문에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카피젯"이 이미 해외에서 "괜찮은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어 저가제품을선호하는 자사의 고객층을 상당부분 흡수할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제품에대한 별도의 홍보 없이 자사의 복사기 영업과 병행해 제품을 판매, 제품수익을 거두는 것도 신도리코로서는 괜찮은 장사인 셈이다.
따라서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양사의 제휴가 현재 복합기기 업체의 최대 과제인 복합사무기기의 시장창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있다. 즉 "카피젯"과 "오피스젯"이 보급형 복합기기의 시장확대 촉매제라기보다는 오히려 복사기와 팩시밀리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소지로 작용할수도 있다는 것.
또 한편으로는 당초 3백만원 이하로 출시가 예상됐던 "카피젯" 판매에 신도리코가 개입함에 따라 유통마진의 반영으로 제품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커소비자들에게도 아쉬움을 남겨줄 것으로 보인다.
<김윤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