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맞는 극장가에 모처럼 한국영화가 대거 쏟아질 전망이다.
극장가 최대 대목인 연말연시에 "돈을 갖고 튀어라" "리허설" "런어웨이"등3편이 할리우드 대작들과 맞서 대등한 승부를 벌인 데 이어 설에 개봉된 "은행나무침대"가 모든 외화를 제치고 3주 가까이 흥행선두를 유지하는 등,올들어 좋은 출발을 보임에 따라 우리 영화계는 봄 극장가에 큰 기대를 걸고있다.
더욱이 할리우드 흥행대작들이 연말연시에 이미 대부분 개봉됨으로써 봄극장가엔 크게 우려할 만한 외화가 없는데다가 우리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호응도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어, 영화계는 봄 극장가에 모처럼 한국영화 붐이일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3~4월 봄 극장가를 겨냥해 다양한 소재와 제작방식을 도입한10여편 이상의 우리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막바지작업에 한창이다.
새봄에 개봉되는 우리 영화중 눈여겨 볼 만한 작품으로는 이일목 감독의 "카루나", 양윤호 감독의 "유리", 김정용 감독의 "충무로 돈키호테", 홍상수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배창호 감독의 "러브스토리", 임권택 감독의"꽃잎", 유상욱 감독의 "피아노맨", 장현수 감독의 "본투킬", 김영빈 감독의"나에게 오라", 박헌수 감독의 "진짜 사나이", 박광우 감독의 "투맨", 김두영 감독의 "카리스마", 김홍준 감독의 "정글스토리" 등이 있다.
특히 이들 작품은 최근 한국영화의 주류를 이루었던 코믹물과 애정물에서탈피해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소재와 장르 등으로 눈길을 끈는 한편, 패기만만한 신인감독들과 역량있는 중견감독들의 작품이 고루 포진해 있어 신.구감독들간의 연출대결 또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목필름이 제작하고 이일목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카루나"는 한민족의통일염원을 전통도예의 예술혼과 호국불교정신에 담아 영상화한 대작으로,여주인공 옥소리의 삭발연기와 국내 최초로 몽고에서의 로케촬영 등으로 숱한화제를 뿌렸다. 또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된 휴전선 붕괴장면과 2천명의엑스트라가 동원된 남북이산가족 상봉장면은 이 영화의 최대 하일라이트로꼽히고 있다.
배창호프로덕션이 제작한 "러브스토리"는 배창호 감독과 부인인 김유미씨가직접 남녀주인공으로 등장, 자신들의 실제 사랑이야기를 영화화해 제작전부터 화제를 뿌렸던 작품. 30대 이상의 관객층을 겨냥해 제작된 이 영화는특히 연기 초년생인 김유미씨의 연기가 단연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아수출공사가 모처럼 제작하는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한국영화로는 독특한 옴니버스형식을 도입, 우연히 얽히고 설키는 4개의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풀어나간 작품. 이 영화에 등장하는 각각의 에피소드들은영화속에 자리잡은 인물들의 단 하루를 그린 것이지만, 그 인물의 삶을 꿰뚫어 보듯 세밀하게 짜여져 있어 독립된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완결성을 보여준다.
하명중영화사가 영화의 차별화를 선언하고 제작에 나선 "유리"는, 단편영화로 이미 그 역량을 인정받았던 양윤호 감독이 연출을 맡아 관심을 끌고 있다. 밀교의 수행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의 철학적 명제를 풀어갈 이 영화는파격적인 영상과 철학적인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작품이다.
동해영화사가 제작한 김정용 감독의 "충무로 돈키호테"는 50년대 암울했던시대에 집권층의 비호아래 영화계에서 황제처럼 군림했던 반공 예술단장 임화수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작품. 최근 코믹연기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인기탤런트 조형기가 주인공 임화수 역을 맡아 새로운 연기변신을 보여주며, 임화수의 어린 시절은 TV드라마 "옥이이모"에서 상구 역으로 천연덕스럽게 연기했던 유재영 군이 맡아 눈길을 모으고 있다.
봄이 무르익어가는 4월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두편의 대작이 개봉될 예정이다. 한편은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축제"(태흥영화사)로,이영화는 어떤 팔순 노모의 장례식을 통해 우리 삶의 진정한 소중함을 되새겨볼 수 있도록 한 작품이다. 다른 한편은 장선우 감독의 "꽃잎"(미라신코리아)으로, 이 작품은 5.18을 소재로 영화화해 개봉전부터 수백만달러 이상의해외수출계약을 맺는 등 우리 영화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높여주었다는 평가를받고 있다.
액션영화의 새로운 장을 펼치게 될 장현수 감독의 "본투킬"(순필름)은 감독.주연배우를 포함한 전스태프 30여명이 15억원에 이르는 보험에 가입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종래의 한국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대형액션신이 펼쳐진다.
이 밖에도 봄 극장가엔 사이코 스릴러물인 유상욱 감독의 "피아노맨"(한맥엔터테인먼트)을 비롯해 박헌수 감독의 통쾌한 논스톱 로드무비 "진짜사나이"(익영영화사), 록가수들의 인생을 그린 김홍준 감독의 "정글스토리", 박광우감독의 본격 액션물 "투맨"(아태필름), 김영빈 감독의 "나에게 오라"(선익필름) 등이 최근 촬영을 90% 가까이 끝내고 개봉준비에 한창이다.
【김종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