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일할 맛이 납니다. 소비자가 우리 상품의 진가를 알아주는 것 이상기쁜 일이 있겠습니까."
요즘 용산 조립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컴퓨터보드 생산업체들은 오랜만에표정이 밝다. 이달들어 국산품 판매량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PC용 핵심부품인 주기판의 경우 국산품 판매량이 전년보다 무려 30%나증가했다. 이에 따른 전체 시장점유율도 40%로 껑충 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정도 상승세라면 올 하반기 시장에는 국산품 점유율이 수입품을 앞지를것이란 성급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국산 보드를 찾는 주고객층은 1~2년 이상 PC를 사용해 컴퓨터 내부구조와작동원리.성능 등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중형급 컴퓨터 사용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가격이 비싼데도 굳이 국산품을 구입하는 이유는 싼 맛에 구입한대만산 불량부품이 컴퓨터 사용자들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실감했기 때문이라고한 관계자는 설명한다.
특히 대만산 저가형 제품은 멀티미디어.인터네트.네트워크.무선장비.첨단장치 등 주변장치를 연결할 때 기술지원을 받을 수 없고 고장이 발생할 경우AS를 기대하기 힘들다.
대만산 보드는 파격적인 저가를 앞세워 지난 3~4년간 국내시장을 초토화한게 사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중소 조립.유통업체들이다.
품질은 염두에 없고 높은 마진을 챙기기 위해 성능이 떨어지는 값싼 수입부품만을 채택함에 따라 국산 보드업체는 설 곳이 없었다. 93년 10여개가 넘는주기판 생산업체 수가 현재는 3~4개로 줄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제값을 치르고 국산부품을탑재한 고성능PC를 구입하겠다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 유통사들과대기업들도 오랜만에 국산 보드업체의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전문점에서부품목록을 적어 들고 굳이 국산품을 고집하는 소비자들도 쉽게 찾아볼 수있다.
"현명한 소비자가 현명한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