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3년부터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 공작기계산업은 최근 몇년동안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려왔다. 지난해 말부터 산업 전반의경기 위축과 함께 고유의 주기를 타고 내수에서 점차 현상유지 또는 하향국면을 맞고는 있으나 이러한 호황세는 올 상반기까지는 무난히 유지될 것으로전망되며 수출의 경우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어 국내 공작기계산업의 앞날을밝게 하고 있다. 공작기계산업은 자동차.전기전자.조선.정밀기계공업 등전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중추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공작기계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마더머신)로서 자본재적 성격이 강하고따라서 이 산업의 발전정도는 한 나라의 산업기술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공작기계는 산업은 주로 시설재로 사용되고 있어 제조업계의 호.불황의 영향을 민감하게 반영하기도 하며 공작기계산업 경기에 따라 산업 전반에 걸친향후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도 활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작기계라고 하면 금속을 자르고 깎고 하는 기계로 인식되고있으나 최근에는 전자기술이 응용돼 첨단 산업의 한 분야로 자리잡게 됐다.
특히 전자산업의 발달로 공작기계는 수치제어(NC)공작기계로 발전해 왔고 이후 컴퓨터수치제어(CNC)공작기계가 주를 이뤄오면서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지게 됐다.
국내 공작기계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정부차원에서 중화학공업을집중 육성하기 시작한 지난 73년부터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창원에 종합기계공장단지를 짓고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대우중공업.기아기공.통일중공업.두산기계 등의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이 산업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80년대 중반까지 기업들의 설비투자 감소로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80년대 후반부터 일기 시작한 공장자동화 붐과 함께 공작기계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 산업은 급성장을 이뤘다. 특히 자동차산업 등이호황을 누리면서 기계 수요가 꾸준히 증가, NC선반.밀링머신 등이 양산되기시작했다.
90년대 들어서는 현대정공과 삼성중공업(현 삼성항공)이 신규로 참여하면서생산규모가 급증, 지난해에 9천억원을 돌파했다. 90년대 초반 이들 대기업의참여로 생산규모가 늘어난데다 수요 감소로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94년부터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늘어나고 공작기계 수요도 급증, 지난해말까지사상 최대의 호황을 기록했다.
현재 국내 공작기계산업은 대우중공업과 현대정공이 내수시장 점유율면에서1,2위를 다투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기아기공.화천기계가, 또 두산기계와통일중공업이 순위 다툼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올해 국내 공작기계 시장은 지난해보다는 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전년대비 15%가량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있다.
전체 시장 규모는 1조5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며 수출이 크게 증가해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어난 3억6천4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공작기계산업은 제조 가공기술은 뛰어난 반면 부품관련 소재기술은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특히 범용기종의 경우는 국산화율이 90%이상으로 높아졌으나 NC기종을 비롯한 머시닝센터 등 고급 기종은 아직도완전 국산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대형기종은 국산화가 어려워 대부분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따라 공작기계는 대표적인 무역적자 품목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호경기일수록 공작기계의 수입폭이 커졌으며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됨에 따라대일 무역적자폭은 매년 커지고 있다. 정부의 수입선다변화 조치로 일산 기계수입이 줄어들고는 있으나 상대적으로 미국.독일의 제품이 많이 수입돼 결국지난 한해동안 15억여달러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전체 공작기계중 NC기종이 차지하는 비율인 NC화율이 높아지고있는데 88년의 34.9%에서 94년에는 55%로 높아졌으며 지난해에는 60%를기록, NC기술개발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CNC공작기계의 핵심은 당연히 CNC장치다. CNC장치의 원형인 NC는 개별 전자부품으로 조립된 전자회로로 구성돼 있었으나 그 후 소형컴퓨터를 내장해NC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실현하게 됐다. 이처럼 컴퓨터를 내장한 NC를 CNC라고부르며 현재는 NC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CNC를 의미한다.
CNC장치는 프로그램에 의해 소재를 가공하도록 기계를 자동제어하는 장치이며 정보처리부와 서보모터제어부로 구성된다. CNC장치는 FA제품의 범용 제어기로서 용도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요구되고 있으며점차 범용성 고기능을 갖춘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CNC장치는 지난 70년대 공작기계에 처음 적용되기 시작한 이래 일본의 파낙사가 전세계 시장을 석권하다시피했다. 파낙은 자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면서 우리나라에도 상륙, 한국화낙이라는 이름으로 뿌리를내리더니 지난 15년간 국내에서도 CNC업체중 1위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공작기계 업계는 CNC장치의 국산화가 선결되지 않고는공작기계 기술자립이 어렵다고 판단,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있다.
이에따라 파낙제품 일색이던 국내 CNC장치 시장도 점차 판도를 달리하고있다. 파낙제품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지난 93년까지만해도 70%정도에 이르렀으나 최근에는 국내 업체들의 맹추격으로 50%수준으로 낮아졌다.
CNC장치 국산화에 나선 업체는 91년 본격화하기 시작한 한국산전과 통일중공업(전 세일중공업). 한국산전은 CNC장치 국산화를 위해 89년 대우중공업등국내 10개 공작기계업체가 미국 알렌브래들리사와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로한국형 CNC장치를 개발해 NC공작기계 국산화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산전은 이후 94년 10월 알렌브래들리와 결별, 설립 7년만에 순수 국내 법인으로 전환했다.
이 회사는 "시스템 100"과 32비트급 고기능 CNC인 "시스템 200" 시리즈를개발, 교육기관과 업체 등에 공급했으며 지난해부터는 "시스템 380"을 개발해본격 상품화하기 시작했다. 시스템 380은 일본 도시바와 공동 개발한 것으로대우중공업의 내수용 공작기계에 부착되고 있다.
통일중공업은 지난 94년 자체개발한 CNC장치 "센트롤"시리즈를 중국에 처음으로 수출하기 시작했으며 국내시장에는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산전의 시스템 200 모델이 화낙제품과 호환이 완벽하지 않아시장침투에 어려움을 겪은 반면 이 회사의 센트롤시리즈는 파낙제품과 유사하게 제작돼 교육용 공작기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LG산전은 금성계전 시절 일 야스카와사와 보급형 모델에 대해 기술제휴를맺고 "스타메릭"시리즈와 "골드스타-야스낙"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산전은 지난해 10월 기존 모델인 "LG-야스낙"을 1천대 판매, CNC장치 부문에서 1백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올해CNC장치 매출목표를 1백50억원으로 잡고 있으며 오는 2000년에는 4백50억원으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일 마작으로부터 컨트롤러를 도입해 사용하던 현대정공도 지멘스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840-D"와 "840-C"기종을 출시한데 이어 "하이트롤"시리즈를 자체브랜드로 개발해 자사의 기계 및 교육용 공작기계에 탑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터보테크와 손잡고 국산 CNC장치 개발을 추진, 하이트롤 알파와 에이스시리즈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밖에도 현대중공업.삼성전자도 CNC장치 국산화를 추진중이며 기아기공도일본 업체와 기술제휴를 통해 CNC장치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한편 최근의 공작기계 기술동향은 이처럼 CNC장치 개발외에 컴퓨터통합생산(CIM)을 위한 시스템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CIM구축에 필수적인 유연생산시스템(FMS)의 개발에 업계가 적극 나서고 있으며 국책 과제로도 선정돼정부 차원에서 개발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 업체들이 외국으로부터 FMS라인을 들여와 설치하고 있는 실정에서 이 시스템의 국산화에 업계의 관심이집중되고 있다. 【박영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