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중기획시리즈 컴퓨터산업 새물결 (8)

컴퓨터의 모빌화

김윤경기자

"비행기에 나란히 앉은 두 손님이 경쟁적으로 컴퓨터를 작동시키고 있다.

이어폰을 꽂은 한 사람은 3차원 게임을 즐기고 있고 또 한 사람은 화면에 뜬다양한 도표와 사진들을 보며 업무에 열중해 있다. 키보드를 두드릴 때마다TFT LCD 모니터에는 현란한 그래픽 화면들이 빠른 속도로 교체된다."세계적인컴퓨터 칩 제조사인 미인텔사가 지난 95년에 제작했던 노트북용 펜티엄프로세서 광고의 한 장면이다. 자사의 펜티엄칩을 채용하면 노트북으로도 고난도의 업무와 고차원의 게임을 즐길 수 있음을 암시한 내용이다. 고성능 멀티노트북을 통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있음도 덧붙이고 있다.

과거에는 단지 희망사항으로만 여겨졌던 이 광고 속 이야기는 최근 1~2년사이 급속도로 현실화돼 오늘에는 컴퓨터시장의 흐름까지 바꿔놓고 있다. 과거데스크톱만을 생각하던 많은 사람들이 노트북을 찾고 있고 제품에 바라는바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고성능 멀티제품을 통해 노트북P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고 제품의 성능도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있다.

국내시장만 보더라도 CPU의 경우 과거 286이나 486급에서 펜티엄급으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고 HDD는 지난해만 해도 2백MB대에 이르던 것이 현재 8백MB대에 이어 올 하반기에는 GB로까지 증가될 전망이다.

CD롬 드라이브와 MPEG, 스피커 등을 기본 채용한 제품들도 속속 출시되고있으며 모뎀과 연결해 노트북에서 인터네트를 즐기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10.4인치나 12인치가 넘는 대형 TFT LCD 화면을 채용한 제품도 다수 선보이고 있어 장소에 상관없이 노트북에서 각종 영화까지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약간의 시간차가 있을 뿐 데스크톱으로 일단 선보인 제품들은 얼마 지나지않아 노트북으로 재탄생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서작성과 같이 과거한정된 기능만을 위해 존재했던 노트북은 이제 데스크톱의 모든 성능을 구현하는 "움직이는 만능비서"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국내 유수의 노트북업체들이 멀티노트북 출시에 열을올리고 있고 이를 추격하기 위해 외국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486에 이어 다수의 펜티엄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펜티엄75MHz를 넘어 이달초에는 펜티엄 1백20MHz의 제품까지 출시했고 상반기말에는펜티엄 1백33MHz CPU를 채용한 고성능 멀티제품도 출시할 방침이다.

대우통신도 각종 영상기능과 스피커가 내장된 "솔로"시리즈에 이어 오는 6월께는 CD롬 드라이브를 자체 내장한 멀티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보컴퓨터가 지난 1월 4배속 CD롬 드라이브를 내장한 펜티엄 1백MHz 제품을출시했고 LG전자는 이달중 CD롬 드라이브를 내장한 펜티엄 제품들을 다수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외국 유명 컴퓨터업체들도 고성능 멀티제품의 시판을 앞두고 카운트다운에돌입했다.

하지만 이같은 고성능 멀티제품들의 등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노트북의 멀티미디어화가 제품의 고가화를 부추기고 제품의 무게를 가중시켜노트북의 최대 특징인 이동의 간편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에 비해 제품의 성능은 눈부시게 향상됐지만 "가볍고 능력있는 컴퓨터"를 만드는 일은 이제 노트북PC 업체들이 풀어야 할 최대의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김윤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