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만을 자극하는 중국의 군사훈련으로 양국사이에 긴장이 조성되면서국내컴퓨터업계가 이 사건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컴퓨터산업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에 비록전쟁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양국의 긴장관계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컴퓨터산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부업체에서는 대만 현지의 지사나 연락사무소를 통해 수시로 상황을 보고받고 있으며 상황악화에 따른 단계별 시나리오를 작성, 이에 대응해간다는원칙을 세워 놓고 있는 상태다.
국내 컴퓨터 메이커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부품조달문제. 현재 국내PC메이커들이 사용하는 칩세트의 90%이상이 대만산인데다 용산 등지의유통상가에서 거래되는 마더보드.키보드.파워서플라이.마우스 등 부품 및 주변기기들도 대만산이 상당부분을 차지해 부품조달에 차질을 빚을 경우 국내컴퓨터산업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8일 중국이 3발의 미사일을 발사하자 대만당국이 피해예상지역을경유하는 모든 항공기 및 선박의 항로를 우회토록했으며 어선들의 조업을일시중단시키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특히 피해예상지역에는 대만에서부터동남아.극동 및 미국을 경유하는 항공노선이 포함돼 하루 3백편의 항공기 운항이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게 현지의 보고다.
즉 선박편으로 운송되는 마더보드.키보드 등이나 항공편으로 운송되는 칩세트 등 대만에서 수입되는 부품 및 주변기기의 수급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배제할 수 없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사태발발에 따른 피해는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상황변화에 따른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밝히며 "이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국내 컴퓨터산업의 구조적인 재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현재 UMC.SIS 등 세계 최대의 칩세트생산국인 대만에서 대부분수입, 사용해 오고 있는 칩세트를 인텔제품 등으로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제품설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설계를 변경해 새로운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일시적인 기간에는 국내컴퓨터산업 또한 공백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의 긴장관계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국내 컴퓨터산업은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컴퓨터산업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대만의 경제가 위축되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대만에 몰렸던 바이어들로서는 차선책으로 한국을 선택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한국산이 대만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뒤떨어지지만 대만을대체할 수 있는 대규모의 생산기지가 한국 이외에는 없다는게 그 이유다.
그러나 이번 중국의 군사작전으로 빚어진 중국과 대만의 긴장관계는 사태악화여부와 상관없이 국내 컴퓨터산업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 만은분명해 이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해 둬야 한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양승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