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생산.현지판매"라는 가전 3사의 해외 현지화 전략이 생산기지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 판매하는 것은 물론 해외시장에 판매하는 대부분의 가전제품을 국내공장에서 생산했으나 이제는 이를 해외로 옮겨 현지에서생산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제품의 경우는 해외생산 능력이나 물량 자체가 국내생산 규모를 추월하기 시작했고 주역공장마저 해외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AV제품 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오디오가 대표적인 제품으로 꼽힌다.
가전 3사의 오디오 생산은 지난해 말을 분기점으로 국내의 생산능력보다중국 현지에서의 생산능력이 더 커졌다. 국내에선 가격채산성의 한계로 더이상 생산을 계속하기 곤란하다고 인식되는 카오디오와 카세트라디오 등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완전히 옮긴 것이다.
일부업체는 미니컴포넌트 생산까지 중국으로 이전하거나 옮기려는 움직임을보이고 있으며 LG전자는 최근 오디오사업부 자체를 중국공장으로 옮겼다.
가전 3사가 오디오 주력생산공장을 중국에 두려고 하는 것은 가격채산성확보과 함께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공장은 현지 내수시장 공급 외에도 국내시장으로 들여오기가 쉽고 국내 본사와가까워 해외수출 전략을 신속하게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 가전3사가 공통적으로 오디오 주력공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상태다.
컬러TV의 경우는 국내보다 생산력이 큰 주력공장을 아직 해외에선 찾아볼수 없다. 하지만 각 지역별로는 하나둘씩 주력생산공장의 모습이 나타나고있으며 국내공장은 내수시장과 일본시장 등 극히 제한적인 시장을 겨냥한 제품생산 쪽으로 탈바꿈해가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와 해외공장의 생산량이 거의 비슷해졌으며, 올 연말을 고비로 해외생산량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남미를 포함한 미주지역을 보면 멕시코가 가전 3사 컬러TV생산의 중심기지로 등장했다. LG전자와 대우전자는 이곳의 생산능력을 연간 2백만대규모로 확대했고, 삼성전자도 연 1백20만대에 이르고 있다.
또 대우전자는 이곳의 생산력을 연말까지 연 3백만대 규모로 더 늘릴 예정이고, 삼성전자도 98년까지 연 2백40만대로 확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가전 3사 멕시코 공장의 컬러TV 생산력은 국내공장의 3분의 2 이상에 이를전망이다. 남미시장에선 브라질이 중심 생산기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유럽지역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영국을, 대우전자는 프랑스를 각각컬러TV 중심 생산기지로 유력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각각연 80만대와 60만대 규모의 컬러TV 생산공장을 영국에서 가동중인데 조만간 연 1백만대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고, 대우전자도 프랑스에서 연 80만대씩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놓고 있다.
동남아 쪽에선 LG전자가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삼성전자가 인도네시아또는 베트남을, 대우전자가 베트남을 각각 주력공장 기지로 육성할 움직임을보이고 있다. 중국이나 인도는 각각 별도의 시장으로 삼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 천진에 연 1백30만대 규모의 컬러TV공장을 가동시키고 있으며 인도에는 연 60만대 규모의 생산라인을 갖출 예정이다.
VCR도 삼성전자가 올해를 고비로 해외생산량이 국내생산을 앞지를 전망인가운데 컬러TV처럼 각 지역별 주력공장을 육성해가고 있다. LG전자는머지않아 인도네시아 VCR공장을 주력공장으로 해, 오디오처럼 사업부까지옮기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이처럼 AV제품의 생산이 국내에서 이탈될 정도로 해외로 확대돼가고 있는것은, 이들 제품이 생산시설 구축이 용이하고 현지시장 공략효과도 높아그동안 해외 현지투자의 주역이 돼왔기 때문이다.
가전 3사는 이 밖에 해외 현지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전자레인지.
냉장고.세탁기 등의 주요 가전제품에 대해서도 AV기기와 마찬가지로 각 지역별로 주력공장을 육성하면서 현지화 전략을 뿌리내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놓고 있다.
<이윤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