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간 인터네트 표준경쟁에서 대역전극이 연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시간으로 지난 12일 MS는"전사적 자원동원령"을 내려 공식적으로 네트스케이프 추격전을 선언했다. MS는 이날 기술 병기로 통합 플랫폼 "액티브X"를 발표하고 마케팅 병기로는미국 최대 온라인 및 인터네트 서비스회사 아메리카온라인(AOL)을 아군 진영에 편입시켰다는 획기적인 뉴스를 내놓았다.
"액티브X"는 지난해 5월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내놓은 인터네트용 애플릿(Applet)언어 "자바"를 몇 배 능가하는 통합플랫폼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액티브X"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OLE컨트롤" "비주얼베이식" "자바스크립트"등 하나도 새로울 것 없는 기존 기술들을 인터네트 환경에 적합하도록 통합시켰다는 점이다. 즉 개발자들이 새로운 사용법을 배울 필요 없이 각종 애플릿을 개발할 수 있고 3차원 가상현실.동화상.애니메이션 등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액티브X"는 발표되자마자 매크로미디어 등 인터네트 분야에 나름대로 영향력을 갖고 있는 1백여 소프트웨어회사들이 즉각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응용제품을 개발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AOL을 끌어들인 것은 네트스케이프에 대한 MS의 추격이 시간문제라는 사실을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타임워너.ABC방송.트리뷴지.나이트라이더.IBM.아멕스카드 등 영화.언론.컴퓨터.금융분야 12개사가 출자해서 85년 설립된 AOL은현재 5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세계 최대 온라인 및 인터네트 서비스회사로 명성이 높다.
MS는 AOL과 광범위한 기술제휴와 함께 MS의 인터네트 브라우저 "인터네트익스플로러"를 AOL의 전용 클라이언트에 통합시키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따라서 AOL 가입자들은 앞으로 "윈도95"에서 화면 상의 폴더를 마우스 클릭하는 동작만으로 AOL이 제공하는 전자우편.전자회의.응용소프트웨어 전송.
대화형 잡지와 신문.온라인서비스는 물론 인터네트 접속까지 가능케된다.
MS의 이같은 발표는 즉각 뉴욕 증권시장의 기류를 변화시켜 큰 폭의 주식변동을 가져왔고 이로인해 인터네트 표준경쟁의 흐름이 역전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식변동의 경우 12일을 전후해서 네트스케이프 주식은 45달러선에서 38달러로 떨어졌고 반대로 MS 주식은 90달러선에서 97달러로 치솟았다.
현지 분석가들은 우선 브라우저 경쟁에서 네트스케이프의 "내비게이터" 대MS의 "인터네트 익스플로러" 시장점유율이 현재 80 대 20에서 올상반기 중 50 대 50으로 변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12일 이후 인터네트의 표준 주도권이 사실상 "전사적 베팅"을시도한 MS쪽에 넘어가버린 상황이어서 시장점유율 변화는 별 의미가 없다는성급한 분석도 내놓고 있을 정도다.
아직 분명하게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MS의 일격에 네트스케이프가휘청거린 것은 근본적으로 양사가 지향하는 제품 및 표준전략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94년 4월 설립된 네트스케이프는 당시 극히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전자우편이나 파일전송(FTP), 원격단말(Telnet) 용도로 사용되던 인터네트를하이퍼텍스트언어(HTML) 기반의 월드와이드웹(WWW)으로 방향을 틀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바로 "내비게이터1.."라는 브라우저가 그 주인공이다. 버전1..에 이어 애플릿프로그램 개발언어 "자바"를 지원할 수 있는 "내비게이터2.0"의 출시로 네트스케이프는 지난해 8월 상장 주가가 무려 83.50달러로 치솟기도 했다.
네트스케이프가 주도한 WWW규격은 그대로 인터네트 업계 표준으로 받아들여졌고 대다수 소프트웨어회사 및 온라인 서비스회사들도 "내비게이터"를 표준브라우저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네트스케이프는 한발 더 나아가 "내비게이터"를 중심으로 운용체계와 모든 개방형시스템 규격들을 통합하거나 지원하는 제품으로 발전시켜 인터네트시대의 천하통일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네트스케이프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인터네트시대의 천하통일만 지향했지 MS나 IBM처럼 운용체계에서부터 개발언어.저작도구.서버.브라우저.응용소프트웨어 등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회사들의 반격을 예상하지못했던 것이다.
한편 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지난해 8월 "윈도95" 발표 때까지만 해도 네트스케이프가 주도하는 WWW이 이처럼 빠르게 인터네트 붐을 가져오리라고는생각지 못했다고 실토하고 있다. MS가 WWW에 "전사적 베팅"을 처음 시도한것은 지난해 12월7일 "MS의 인터네트전략"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후 MS는지난 2월 본사 조직을 인터네트 플랫폼개발과 마케팅을 위한 형태로 통폐합하는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MS는 인터네트 브라우저를 유상공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네트스케이프의 "내비게이터" 제품전략을 비꼰 뒤 자사의 "인터네트 익스플로러2.0"을 무제한 무상공급하기 시작했다. MS는 또 올하반기 발표될 "인터네트익스플로러3.0"을 "윈도95"에 통합시킨다는 전략을 내놓음으로써 브라우저에운용체계를 예속시키겠다는 네트스케이프 전략에 정면승부수를 띄웠던 것이다.
"인터네트 익스플로러"의 무상공급 및 "윈도95"로의 통합전략은 국내에서도큰 반향을 일으켜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 PC공급회사들과 나우콤.아이네트기술 등 온라인 및 인터네트 서비스업체들이 이 제품을 번들공급하겠다는발표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MS가 아닌 IBM과 같은 회사가 베팅했다 하더라도 네트스케이프는 흔들렸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네트스케이프가 경쟁체제에 대비치 못하고 있을 때 터져나온 MS의 "전사적베팅"은 인터네트의 맹주였던 네트스케이프를 휘청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