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켈 기술기획팀 제품 디자이너 홍수희씨
사람들은 디자이너라면 곧잘 여성을 떠올린다. 디자인은 섬세한 감각이 필요해 여성에게 걸맞은 직업이라고 여긴다. 패션디자인 쪽에서는 이러한 생각이대체로 맞아들어간다.
그런데 제품 디자인 쪽에서는 여성인력이 드물다. 특히 전자업종에서 여성제품디자이너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전자공학 등의 까다로운 전문지식까지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AV전문업체인 인켈의 홍수희씨(27.기술기획팀 디자인파트)는여성 제품디자이너의 선두주자라고 부를 만하다.
홍씨는 지난 91년 봄 이 회사에 들어왔다. 인덕공업전문대 공업디자인학과를졸업하고 나서다. 그는 줄곧 제품디자이너로 일해왔는데 모두 22명인 제품디자이너 가운데 여성은 그를 포함해 두명 뿐이다.
"그동안 여성 제품디자이너가 4명 있었는데 모두 퇴사했습니다. 대부분 2~3년 정도 근무했지요." 여성에게 제품디자인이 꽤나 힘든 일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5년동안 다양한 오디오제품을 디자인해왔는데 특히 카오디오제품 디자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미국 하만사 등에 납품한 자동차용 부스터앰프, 카스테레오 등 30여개 모델의 디자인을 그가 맡았다.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품이어서디자이너의 역할은 제한됐지만 그의 생각대로 디자인된 제품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그는 카오디오의 디자인이 제일 흥미롭다고 말한다. "카오디오는 디자인이 다양합니다. 다른 오디오제품과 달리 많은 변형이 가능하거든요."
제품 디자이너의 어려움은 제조원가를 낮추려는 생산과 마케팅쪽의 요구와제품마다 독창적인 외관을 불어넣으려는 디자이너의 입장차이를 줄여야 하는데 있다. 대량생산과 원가절감만을 고려하면 다양한 디자인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어느 기업이나 상대적으로 디자인부서는 다른 부서와 갈등이잦은 편이다.
"이따금 다른 부서의 남자직원이 지나치게 참견해 말다툼한 적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여자라고 무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속상했는데 지금생각해보면 디자인을 보는 시각차이에서 비롯된 일이었습니다."그래도 요즘들어 기업마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디자인파트의 주장이 많이 반영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오디오제품 디자인은 다른 전자제품보다 아기자기합니다. 선 하나에 따라느낌이 확 달라지거든요." 아무래도 감각이 섬세한 편인 여성 디자이너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TV를 봐도 화면에 비친 오디오제품에 먼저 눈길이 갈 정도라는 그는 요즘작은 목표가 생겼다. 그동안 선배언니들이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둔 선례를깨뜨리겠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서 이 분야의 일인자가 되겠다는 의지가짙게 배어나오고 있다.
<신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