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가 하락행진 끝나려나

거의 5개월 가까이 지속돼온 D램 가격하락 행진이 끝나려나.

지난 95년 10월말 이후 큰 폭의 하강곡선을 그려온 D램 가격이 최근 세계현물(스폿)시장에서 반등조짐을 보이며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아직 미국.동남아.유럽 등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고 거의 매일 약간의등락이 계속되고 있어 정확한 반등세를 점치기는 어렵지만, 대다수 현물시장에서 최근 거래되는 가격은 4MD램이 7~8달러, 16MD램은 28~30달러선을유지하고 있다.

또 국내시장에서도 4MD램이 8개 장착된 모듈제품의 경우 개당 4만3천~4만5천원선의 바닥세에서 5만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시세는 이달 초보다 평균 10~15% 정도 오른 것이다. 본격적인 가격하락세가 시작된 후 이처럼 D램 값이 반등세를 보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업계가 최근의 상황을 반기고 있는 것도 반등폭보다는 바로 이같은 분위기의 변화이다.

지난 주부터 예기치 않은 가격반등조짐이 각 현물시장에서 나타나자 국내반도체 3사의 마케팅 실무자들의 일손이 바빠지고 있다. 오랜만에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상황반전을 가져온 주원인 분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반등세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회복세로 이어지는전조인지를 놓고 실무자들간에도 적지 않은 이현을 보일 정도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나타난 현상으로만 볼 때 최근의 D램 가격반등은 일단 수요업체들의재고조절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가고 있는데다 당초 D램 공급과잉의 원인으로 지적돼온 대만.일본의 대단위 투자가 최근들어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데따른 수요업체들의 구매심리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아직은 자연적인 수급현상에 따른 반등이라기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이 강해 본격적인 회복세로 단정키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반도체 마케팅 관계자들은 실질적인 요인으로 한국과 일본 등 D램공급업체들의 공급조절 노력을 꼽고 있다. 가격급락세가 시작된 지난해 말만해도 대다수 D램 공급업체들은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공급조절보다는 연말 목표량 달성을 위한 실적올리기에 더 열중했다.

이에 따라 대형 수요업체들이 재고조절을 위해 투매한 물량에다 공급업체들이 밀어낸 물량이 겹쳐 공급과잉을 부채질해 순식간에 가격이 곤두박질쳤고이후에도 연일 가격바닥세 행진이 계속되자 D램 선발업체들은 급기야 비상대책을 세웠다.

대책의 초점은 D램 가격하락의 주원인인 4MD램을 포기하자는 쪽으로 모아졌다. 4MD램 가격하락에 따른 16DM의 동반 하락세를 더 이상 간과할수없다는 위기의식에서였다.

이같은 결정에는 "4MD램이야 어차피 다 빼먹은 곶감이지만 16MD램은이제 본격적인 추수에 나설야 할 제품인데 거둬들이기도 전에 이삭이 패여서는안된다"는 공통된 인식이 깔려 있다.

먼저 행동에 나선 업체들은 일본업체들이었다. 한국 추격의 기회를 엿봐온일본업체들은 더 이상의 가격하락을 막고 16MD램으로 먼저 달려나가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간 4MD램을 월 1천만개 이상씩생산해온 일본의 NEC.히타치.후지쯔 등의 선발업체들은 이달초, 올 하반기부터 현재 수준보다 거의 절반 가까이 감산한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해 시장분위기의 반전을 유도했다.

또 이때부터 그간 스폿시장에서 4MD램과 16MD 가격하락에 각각 적지않은 공(?)을 세워온 LG와 현대도 긴장감을 갖고 물량조절에 나섬으로써가격하락세가 주춤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삼성전자가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최근 현재 8백만개 수준의 4MD램 생산량을 하반기부터 4백만개로 줄여 생산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도 "4MD램버리기" 대열에 참여해 시장우위를 지켜나간다는 공격적인 전략에서 나온 결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가격반등이 가시화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삼성의 발표는 가격회복에 상당한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D램 업체들의 의도적인 16MD램으로의 세대교체가 가격반등을가져오리라는 것은 시장 사이클상 명확하다" "의외로 D램 업체들의 4MD램의 포기가 빨리 진행되는데다 2.4분기 이후 PC업체들의 신제품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더 이상의 가격하락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삼성의 감산발표 이후 각 시장조사기관에서 나오는 전망은 이처럼 전에 없이밝은 것일색이다. 업계 전문가들도 "최근의 가격반등현상을 완전한 회복세로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전체적인 수급상황을 고려할 때 가격급락을 몰고왔던 대형PC업체들의 재고조절은 끝난 것으로 보여 2.4분기 이후 안정세를되찾고 하반기에는 서서히 오름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업계는 최근 가격반등세가 그간 스폿시장의 가격급락으로 크게 위축됐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급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조만간 D램가격이 전반적인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D램 공급가격은 4M제품은 현재 수준인 7~8달선에서지지벽을 쌓고, 16M제품의 경우 32~34달러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격하락의 마침표가 찍히고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같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