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안테나] 게임기 일업체 가격파괴, 우리시장 멍든다

현해탄너머에서 불어 온 「가격파괴」바람이 국내 비디오게임기시장을 강타할 전망이다.일본 비디오게임기업체들간의 가격인하경쟁이 국내 32비트게임기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쳐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는 것.

이는 어떠한 형태로 든지 국내게임기시장이 일본산 제품에 대해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종속된 상황에서 일본업체들의 전략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세계 32비트게임기시장을 이끌고 있는 일본의 세가엔터프라이즈와 소니 두회사는 최근 「새턴」과 「플레이스테이션」의 가격을 각각 2만엔과 2만4천8백엔으로 인하,판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두 회사의 파격적인 가격인하는 최대의 경쟁업체인 닌텐도社가 64비트게임기를 개발,출시키로 한 시점이 점차 다가오자 이에 쐐기를 박기위한 것으로분석되고 있다.

세가,소니 두 회사가 지난해 각각 2백만대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세계 32비트게임기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닌텐도의 등장은 32비트시장을 단명으로 끌어 낼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여서 이를 막기위해 하드웨어의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린 것.

닌텐도의 고사작전에 나선 두 회사는 가격인하를 통해 올해 각각 1천만대판매를 돌파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일본게임기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두 회사의 가격인하는 곧바로 한국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현재관련업계에선 일본업체들의 가격인하가 국내 비디오게임기시장의 판자체를아예 뒤바꿔 놓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업체들의 가격인하가 국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한 시나리오로 보면 다음과 같다.먼저 긍정적측면에서 보면 국내 게임기시장이 곧바로 32비트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LG전자가 32비트게임기 3DO를 내놓고 판촉에 나섰으나 시장주도에 실패해 지난 1년동안 고작 2만5천대가량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여기에지난 연말 삼성전자도 세가 새턴을 내놓고 뒤늦게 시장에 참여했으나 가격이비싼 데에 따른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판매에서 고전을 면치못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현재 게임기가격인하를 단행하고 판매활성화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게임기시장에선 16비트제품이 주류를 이뤄 32비트게임시장규모는 월 3천대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업체들의 파격적인 가격인하로 32비트게임기의 소비자가격이 16비트게임기가격과 비슷한 수준인 16만원에서 20만원대로 책정될경우 32비트게임기의 판매가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것이다.

즉 지난 1,2월 국내에서 16비트게임기가 월 1만대의 판매고를 보임에 따라앞으로 32비트게임기가 이 판매량을 대체하면서 국내시장을주도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여기에 변수는 있다.일본업체들의 가격수준으로 국내업체들이 32비트게임기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그러나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입장이 크게 차이가 나는 현실에서 즉각적으로 32비트게임기의 가격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도입선인 세가사의 협조없이는 가격인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때문이다.더구나 게임기가격에 포함돼 있는 특별소비세와 교육세등 각종세금이 20_30%에 달해 일본산과 같은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선 정부의정책변경도 뒤따라 주어야만 가능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게임기시장이 16비트게임기에서 32비트게임기로 전환하기란 당분간 어려울 수 밖에 없다.오히려 단기적으로 일본업체들의 가격인하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관련업계에선 일본업체들의 가격파괴는 단기적으로 국내시장에 부정적인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즉 밀수입제품의 증가로 국내업체들이 직접적인타격을 받는 한편 유통시장자체도 왜곡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세가의 가격인하로 「새턴」의 경우 국내가격이 일본과 비교해 무려 20만원이상이나 비싸기때문에 한동안 주춤했던 밀수입이 크게 늘어 나게 되면서상대적으로 국내업체들의 게임기판매에 큰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32비트게임기시장의 초창기처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실이 또다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초장기 32비트게임기 새턴과 플레이스테이션이 일명 보따리 장사꾼에 의해 약 2만대정도 밀수입되어 용산상가를중심으로 판매된 상황이 되풀이 될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관련업계의 관계자는 『국내업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시장이점차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에서 이같은 일본업체들의 가격인하로 인해 밀수입이 고개를 들면서 자칫 국내 게임기시장을 붕괴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某 게임기업체는 최근 부산을 통해컨테이너 1대분량의 32비트게임기가 밀수입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긴장한적이있다.구체적으로 약 5백대가량의 물량이 풀렸다는 이야기까지 나돌면서 이업체는 사실확인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는 해프닝으로 끝났다.일본업체들의 제품을 밀수입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업체들이 32비트게임기의 가격인하를 발표했으나 아직 가격인하를 적용한 저가제품들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국내에서 저가제품을 도입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같은해프닝은 일본업체들의 가격인하가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어쨌든 현재 국내 비디오게임기시장은 기로에 서있다.일본업체들의 가격인하에 업체들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느냐에 따라 국내 게임기시장의 진로가달려 있기 때문이다.

<원철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