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체, 의료기기사업 속속 참여

정부가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의 첨단 전자의료기기 산업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웅제약에 이어 일동제약이 메디텍社 인수를 통해의료기기 사업에 본격 참여하는 등 제약업체의 의료기기 사업 진출이 활발하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 제조업에 참여하고 있는 제약사는 올 2월말 현재 중외제약·안국약품·녹십자를 각각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중외메디칼·안국화성·녹십자의료공업 및 동아제약·대일화학 등 약 10개 업체로 늘어났다.

또 아직 제조는 하고 있지 않지만 수입 판매를 통해 의료기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제약사는 한일약품·현대약품·광동제약 등 10∼15개社에 달하고있으며 이들 업체는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제조업에 뛰어들 수 있는 조직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새로 의료기기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시장 조사 및 사업성 검토를 하고 있는 제약사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제약사의 의료기기 시장 진출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제약사의 의료기기 시장 진출이 활발한 것은 국민 수명 연장으로인해 보건의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산업 시장 규모가 약 15억달러에 달했으며 이중 약 30%가 생산되는 등 의료기기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어 어느 분야보다 유망한 사업으로 인식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의료기기 산업은 부가가치율이 30%에 이르고 세계적으로도 수입 규제와 관세 장벽이 심하지 않아 정보통신·메카트로닉스·신소재 등과 함께 2000년대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데다 우리 정부가 의료기기 산업 수준을2005년까지 세계 6위권으로 끌어 올린다는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 정책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병원 및 의사가 실수요자인 의료기기 유통구조가 비교적 병원의약품 유통구조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게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품목」으로 꼽힌 것도 제약사들이 의료기기 산업에 경쟁적으로뛰어들게 만든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웅제약의 의료기기사업부였던 대웅메디칼은 지난 몇년동안 의료기기를수입 판매해 오다 지난해 대웅제약의 사업 다각화 전략에 따라 별도 법인으로 독립, 무영등을 독자 개발하는 등 첨단 전자의료기기 개발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일동제약도 사업 다각화와 경영 합리화 측면에서 의료기기 사업 진출을 적극 검토해 오다 첨단 전자의료기기 수입 판매업체 중 중견업체에 속하는 메디텍社를 전격 인수, 투자 회수기간이 길어 위험부담이 큰 제조업에 직접 진출하는 것 보다 당분간 수입 판매를 병행하면서 골밀도측정기(BMD)를 비롯한첨단 전자의료기기 제조에도 본격 나설 방침이다.

이같은 제약사들의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적 참여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비교적 자금의 여유가 있고 조직이 탄탄한 제약사들이의료기기 시장에 참여함으로써 엄청난 개발 비용 등으로 인해 중소업체들이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첨단 고가 의료기기의 국산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짐은 물론 현재 가격 경쟁 위주에서 기술 경쟁 단계로 유도, 우리 의료기기산업의 대외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제약사들이 기술개발 투자에 따른 리스크가 큰 제조보다 돈벌이가 되는 외국 제품의 수입 판매에 주력할 경우 오히려 무역적자를 심화시키는 한편 한정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 시장 질서만 어지럽힐 수도 있을것으로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고가 장비가 속속 국산화 되고 있는데도 수입은 매년 늘어 94년의 경우 9억 4천3백만달러, 지난해는 11억 7천9백만달러에 이어올해는 14억 8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해 의료기기 부문 무역적자는 약 10억달러에 이르는 등 무역적자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의료기기 시장에 신규 진출한 제약사들은 수입 판매나 소모품류 생산을 지양하고 첨단 전자의료기기를 제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향후 몇년을 내다보고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 핵심 기술을 축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박효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