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통신사업권을 둘러싼 재계의 경쟁이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정책과 기업간의 무분별한 勢불리기 싸움으로 날이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특히 재벌그룹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개인휴대통신(PCS)과 국제전화 분야에서는 사업 신청서 마감이 불과 20여일도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컨소시엄의 윤곽조차 확정하지 못한 업체가 태반일 만큼 이번 통신사업권 경쟁이 「실력」보다는 「눈치」싸움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다.
「국내 통신서비스 산업의 대외 경쟁력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운 신규통신사업자 허가 계획이 이처럼 재계의 泥田鬪狗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족때문이라는 지적이 강도높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일 통신사업자 허가신청 요령을 수정하면서 이른바 「연합 컨소시엄」을 유도, 업계의 편가르기 경쟁을 부추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업계의 연합 협상은 무조건 사업권을 따놓고 보자는식의 勢불리기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경쟁사에 대한 상호 비방이 판을 치고있으며 내용없는 기술세미나등을 통한 언론플레이나 상대방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 빼내기등이 성행하고 있다.
현재 PCS부문에서는 장비제조업群에서 삼성과 현대가 전격 연합한 데 이어非제조업群에서 한솔-효성, 금호-데이콤 연합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국제전화 부문에서 연합컨소시엄 구성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어느 한 부문에서도 이같은 컨소시엄 연합이 확정적이라고 단언할수 없을 정도로 상황은 유동적이다. 컨소시엄 연합 협상이 대부분 이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데다 오늘 손잡기로 한 기업이 내일 떠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PCS경쟁에 참여한 한솔그룹은 효성그룹과의 컨소시엄 구성이 80% 확실한상황이라고 공표해 놓고 뒤로는 데이콤과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데이콤 역시 금호그룹과 상당부분 연합에 합의한 상태에서 한솔 ·효성과의 협상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그랜드 컨소시엄을 적극 유도한 국제전화부문은 상황이 더 심각한실정이다. 국제전화 사업참여를 공식 표명한 8개 기업들간의 편가르기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주초까지는 일진-한라-고합, 아세아-대륭정밀 등이 컨소시엄 구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고합이 아세아-대륭정밀 컨소시엄으로 방향을선회하면서 일진-한라연합과 아세아-대륭-해태-고합-롯데연합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나 속단은 이른 편이다. 국제전화 부문에서의 연합 협상은특히 공기업인 한전이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사업자 선정을 사실상결정지으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 구성된 컨소시엄도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통신사업자 선정경쟁은 경쟁력강화를 모토로 한 바람직한 기업협력의 모델을 제시하기 보다는 재계의 분열만 초래하는 소모전으로 끝날 공산이 커지고 있으며 사업자가 선정된 이후에도 컨소시엄 구성주주간의 끝없는 경영권 분쟁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통신사업권을 따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임에 따라새로 선정될 통신사업자들이 시장개방에 대비한 통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승철·김위년·최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