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새봄 냉장고시장 "냉기대결"

지난해 냉장고는 모두 1백90만대가 팔렸다. 냉장고는 TV와 함께 여전히 가전제품의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체 및 중복수요의 비중이 80%에 달하는 냉장고는 앞으로 1백90만~ 2백만 대를 정점으로 수요가 정체를 보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을 하면서도 LG전자와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3社의 시장쟁탈전은 식을줄 모른채 오히려 매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부가기능 對 기본기능 대결로 한겨울에 熱戰을 치뤘던 가전3사는올해도 예외 없이 연초부터 잇따라 신제품과 신모델을 출시하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특히 지난해 부가기능을 강조한 6각수 냉장고를 선보였던 LG전자가 기존방식과는 달리 선반가장자리에서 냉기를 공급하는 타고「샤워냉각시스템」을채용한 신제품 「싱싱나라」를 내놓고 냉각성능경쟁에 가세해 올해는 다시 업체간 기본기능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대우전자는 입체냉장고 후속모델인 「탱크II」 에 냉기분사주기를 5분단위로 단축한 터보냉각기능을 채용하고 냉장실온도를 섭씨 2도로 유지할 수있도록 해 식품보관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선보인 문단속냉장고에 채용된 냉장과 냉동 독립냉각방식을 판촉포인트로 부각시키고 있다.

냉각기에서 발생하는 냉기를 팬으로 순환시키는 간냉식냉장고를 지난 75년金星社(현 LG전자)처음 개발한 이후 치열한 기술개발경쟁의 산물로 각사의냉각방식은 뚜렷히 차별화 되고 있으며 제품수출은 물론 LG전자와 대우전자는 일부 제조기술과 설비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단계까지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전자공업진흥회가 비교분석한 바에 따르면 저소음및 열교환기술· 단열재 발포기술 등 일부핵심기술은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아직 뒤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선진시장을 공략하려면 이러한 부분에 대한 연구개발이 보강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 바 있다.

또 위생문제와 청소하는데 따르는 불편함을 개선 보완하고 탈취기능을 강화하는 등 부가기능에서도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디자인부문에 있어서는 각사 모두 인테리어 감각을 가미한 고급스런 디자인으로 주부들의 눈길을 끌고있다.

올해 냉장고시장은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에 발마춰 에너지소비효율 향상과 CFC(염화불화탄소)대체냉매 냉장고 보급이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그동안 일본 사례를 참고해 만든 냉장고 검사기준을 작년 7월1일자로 개정하고 올해 출시된 신제품들의 에너지효율 등급부여기준으로적용했다.

외부온도 15도· 30도에서 소비전력을 측정하던 것을 30도로 단일화하고도어개폐시험을 생략하는 등 ISO기준에 준거한 새 기준을 마련했다. 결과적으로 99년까지 냉장고 에너지효율 달성목표치는 평균 10~15%가량 높아져 업체에는 다소 부담은 되나 전세계적인 절전형제품 개발추세에 발마춰 고무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CFC대체냉매 냉장고 보급은 CFC가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국내외적으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까지 CFC사용기간을 유보받은 상태지만 美國과 유럽·日本 등 선진국이 이미 CFC 전면 사용규제에 들어갔고 대만과 싱가폴 등 개발도상국들도 당초 규제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하반기부터들어오는 외산냉장고의상당수가 CFC대체냉매를 사용한 제품이어서 국내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또한 오는 4월부터는 CFC대체 냉장고에도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더욱이 CFC대체는 환경마크와도 직결돼 국내에서도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CFC대체 냉장고 양산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출시하고 있는삼성전자가 親환경이미를 부각시키기위해 냉장고에 대한 환경마크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LG와 대우전자는 원가상승부담과 冷媒수입의존등을 이유로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아뭏든 국내외적인 움직임으로 볼 때 CFC대체냉매 냉장고의 보급은 당초예상보다 앞당겨질 전망이다.

환경이슈와 함께 냉장고시장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주문형 냉장고 상품화이다.

기존 냉장고의 수요포화상태를 극복하고 신규수요를 창출할 수있는 대안으로 지난해 大宇전자가 한국전자展에 첫 선을 보인 주문형 냉장고는 소비자가원하는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을 제공한다는 사용자중심의 생산개념

에 바탕을 두고 있다.

대우전자는 주문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킬 수있도록 우선 1백 10여가지의 선택사항을 제공하기한다는 방침으로 光州공장을 중심으로 생산라인마련등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다.

냉장고 수요는 정체국면을 맞고 있지만 각사 전체 매출금액상으로는 지난해 1兆1천억원을 돌파해 15%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백리터급이상 대용량제품의 수요가 크게늘고 있기 때문이다. 과시적인 소비행태와 보다고급스럽고 더큰 제품구입을 희망하는 대체 및 중복수요가 대용량제품의 판매증가를 유발하고있는 것이다.

지난해 판매된 1백90만대중 1백40만대가 4백리터이상 대용량 모델로판매비중이 70%를 넘어섰다. 특히 5백리터급이상이 비중이 34%로 늘어나 4백리터급과 주력제품의 자리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초대형으로 불리는 6백리터급이상도 13만여대나 팔려 판매비중이 7%로 높아지는등 소비자들의 대용량선호추세를 입증했다.

반면 80년대 중반까지 간판상품 역할을 했던 2백~3백리터급 중소형모델은매년 수요가 급속히 줄어 지난해 판매비중이 10%선에 머물고 있으며 1백90리터이하 초소형모델은 호텔,오피스텔용등으로 전체수요의 12%정도를 차지하고있다.

작년말 국내의 한 경제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냉장고 구입을희망하는 소비자의 86%가 4백리터이상의 대용량모델을 사겠다고 대답하고 있는것으로 미루어볼때 당분간 대용량모델의 판매비중 확대는 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대용량선호추세를 틈타 6백~7백리터급의 초대형 외산제품의 판매가증가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GE와 월풀 등 미국산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외산냉장고는 지난해 수입물량이 처음으로 4만대를 돌파했고 시장점유율도 2%를 넘어섰다.

6백리터이상 초대형제품은 가전3社가 아직까지 수요가 미미하다는 이유로본격적인 출시를 미루고 있는데 수입업체들은 이러한 틈새를 노려 고급수요층을 집중공략하고 있다.

또한 유통시장개방과 함께 일본업체들도 속속 국내 냉장고시장에 진출할것으로 보여 수입냉장고의 영향을 간과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중견가전업체인 동양매직도 내년 하반기에 냉장고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어서 내수시장 쟁탈전은 신규수요포화상태에서 더욱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매년 신모델을 선보이기위한 연구개발비용과 각사마다 80억~1백억원이 지출하는 광고비등 막대한 판촉비용은 각사의 냉장고사업을 外華內貧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한계에 달한 내수시장을 놓고 벌이는 과당경쟁의 폐해를 국내업체들은 이미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적극적인 해외시장개척과 함께 내수시장에서도 국내업체간 경쟁보다는 협력의 폭을 넓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높아져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유형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