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거위냐" "빛좋은 개살구냐"
현재 유통되는 인쇄회로기판(PCB) 가운데 단위면적당 최고 부가가치를 자랑하는 BGA(Ball Grid Array) 패키지용 보드 시장이 국내서도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코리아써키트가 세계적인 BGA패키지업체인 亞南산업의 내부승인을 받은데이어 실질적 양산과 직결되는 사용자승인 취득이 임박해 조만간 BGA보드가국내서 본격 양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뿐만아니라 三星전기도 전략적으로 BGA보드사업을 추진, 최근 코리아써키트에 이어 두번째로 아남의 내부승인을 받고 사용자 승인을 적극 추진중인것을 비롯, LG전자·(주)심텍·大德전자 등도 샘플을 제출, 테스트를 진행중이며 상당수 중견업체들도 BGA보드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BGA보드시장에 대한 업계관계자들의 전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코리아써키트·삼성전기·심텍 등 BGA패키지용 기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은 대체로 BGA보드시장이 PCB업계의 「황금알을 낳을거위」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실제로 아남의 지난해 구매가격을 기준으로 BGA보드가격은 개당 1달러를크게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1㎡에 6백50여개의 BGA패키지용 보드가산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PCB가격이 원판 1장당 무려 7백달러를 상회하는고부가 제품이다.
더욱이 현재 BGA보드는 대부분 양면기판으로 제작된다. 대체로 양면기판이 1백20달러 안팍, 4층기판이 2백달러대, 6층이 4백달러대인 점을 고려할때 양면PCB보다는 5~6배 비싸며 거의 8층 이상의 고다층 기판급의 부가가치를 내는 셈이다.
가격적인 장점뿐아니라 BGA보드는 MCM·COB·플립칩 등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와 기술적으로 밀접, 장차 고성장이 확실시되는 반도체 관련 첨단PCB시장의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도 적지않은 부수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업체를 중심으로 BGA패키지 채용이 급증하면서 BGA보드수요와 직결되는 전방산업의 전망도 현재로선 밝다. 이에따라 일본 시티즌과함께 세계 BGA패키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아남산업도 집중적인 투자를 가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일본 및 미국의 패키지업체들도 시장에 적극적으로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BGA보드를 양산하다 보면 고난도 PCB제조기술을 자연스레 습득하는 반대급부도 예상된다. 소프트골드도금 등 고난도 표면처리기술, 핀간 4∼5라인급의 고밀도 파인패턴 형성기술, 기판 표면편차 최소화기술, 신재료가공기술등 BGA보드 양산에는 최첨단 PCB생산기술이 총망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BGA보드 시장에 대한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물론 현재의 흐름을종합할 때 BGA패키지 시장은 어둡지 않지만 PCB업계에 똑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칫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할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얘기다.
BGA보드시장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들은 무엇보다 현재 PCB제조기술로는 턱없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수율을 지적한다. 양면기준 BGA보드의 현재 수율은 70%에도 못미친다는게 정설이다. 즉 로스율과 후가공 비용을 합치면 생각만큼 BGA보드의 부가가치가 높은 것은 아니라는 것.
고난도 표면처리를 대거 수반하는 BGA보드의 성격상 도금라인의 로드(부담)가 심화돼 생기는 전체적인 PCB생산라인의 치명적인 병목현상도 골칫거리. 업계 한 관계자는 『BGA보드를 기존라인에 흘리면 일반 PCB생산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며 『그렇다고 별도라인을 셋업하기엔 1백50억원대에달하는 신규 투자부담이 너무 크다』고 지적한다.
BGA보드의 최대 강점인 높은 가격대도 서서히 붕괴될 조짐이다. 개당 1.5달러를 웃돌던 BGA보드 가격은 이미 1달러선이 붕괴되고 85센트선으로 하락돐고 있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 수입_국산대체_가격급락이라는 국내부품산업의 구조적인 모순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핵심 원자재인 원판수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이는 BGA보드용 원판으로 주력 채용되는 1백80 의 높은 유리전이온도(Tg) BT수지를 미쓰비씨가 독점하고 있는데다 일본 BGA보드업체들이 미쓰비씨와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다.
BGA보드가 PCB업계의 기대 대로 고부가가치를 안겨다 줄지, 그저 기대에 그칠지 주목해볼 일이다.
<이중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