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내년부터 정부·공공기관 예산편성시 하드웨어운용과 관련된소프트웨어 구입비를 전체 전산예산의 10% 이상 반영 편성할 것을 골자로 하는 「전산경비 관련예산 요구시 유의사항」을 마련했다.
재경원은 또 이같은 유의사항을 준수토록 요청하는 공문을 이른 시간내에해당기관에 발송, 즉각 시행에 나설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관련 업계는 이번에 결정된 정부·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 구입예산 반영비율이 만족할 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이 방침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면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회생에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업계가 이번 재정원의 방침을 크게 환영하고 나선 것은 그동안 정부·공공기관이 시행해온 각종 소프트웨어 분야 구매 입찰에 「적극 응할 수도 없고,그렇다고 응하지 않을 수도 없었던」 처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시시하는 바가 크다.
실례로 지난 3월5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주최한 「96년 정부·공공기관 전산수요계획설명회」행사에서 내무부 등 핵심 16개 부처 관계자들이공개한 올해 패키지소프트웨어 구매계획은 26억원인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의 올해 전산화 총괄예산이 2천3백여억원에 이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소프트웨어 구입비는 전체 예산에서 고작 1 ·1% 수준에 머물고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프트웨어업계 요구대로라면 한해 정부기관의 전산예산 가운데 적어도 20%정도는 소프트웨어 구입비로 책정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구입비율이 이처럼 낮은 것을 놓고 업계는한마디로 「관행적 사고의 소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데다 아직까지도하드웨어의 부속물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것이다.
타기관에 비해 비교적 소프트웨어 구입예산 비율을 높게 반영하고 있다는내무부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이같은 관행이 얼마나 뿌리깊은 것인 가를알 수 있다.
내무부는 올해 7월부터 본부의 전 PC에 전자결재시스템을 설치, 종이문서를 모두 전자화한다는 방침 아래 8천3백만원의 예산을 책정해 놓고 최근그룹웨어 공급사들을 대상으로 공개입찰에 나선 바 있다. 입찰에 참가한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전자결재용 소프트웨어의 노드당(클라이언트당)단가는 30만원 정도. 따라서 내부무 예산으로 전자결재용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수 있는 숫자는 많아야 2백80노드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계산 대로라면 내부무 본부의 PC 숫자가 겨우 2백80대에 불과하다는 의문점이 생긴다. 그나마 이 계산은 순수하게 소프트웨어 구입비만 계산한 것이고 관련하드웨어나 설치비·관리비·교육비 등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또 올해 4만9천여대의 행정전산망용 PC와 4천여대의 잉크제트프린터 등모두 6백39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놓고 있는 총무처는 아예 소프트웨어 구입비용을 책정해 놓고 있지 않다. 소프트웨어 구매액이 워낙 소규모여서 일선행정기관이 알아서 구입하라는 얘기다.
지난 94년 행정전산망용 PC에 설치된 소프트웨어패키지 숫자를 보면 이보다 심각한 현실이 잘 나타나고 있다. 94년 한해에 보급된 행망용PC는 2만여대가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패키지 구매수는 워드프로세서·스프레드시트·데이터베이스 등 모든 분야를 합쳐 1만여개를 밑돌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은 기관들이 불법복제해서 사용하거나 PC 숫자의 20∼30% 만 구입해주면 전체 PC에 복사할 수 있게 해주는 이른바 사이트 라이센스 방식의 구매가 성행했었다는 얘기다.
정부기관들의 소프트웨어 구매에 대한 이같은 관행은 특히 공공기관이나민간기업들에 그대로 반영되기 일쑤여서 소프트웨어업계의 채산성은 갈수록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2∼3년전만 해도 수십여개사에이르던 1종이상의 간판 패키지 제품을 보유했던 소프트웨어회사들이 최근 10개사 미만으로 줄어든 것은 바로 채산성 악화현상을 대변해주고 있다.
따라서 업계는 재경원이 정부·공공기관에 요청하게될 「전산경비 관련예산요구시 유의사항」은 소프트웨어산업 부흥과 개발자들의 의욕고취는 물론민간기업에까지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