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정보화 사회를 앞두고 정보통신의 중요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정보통신은 기술·자본·정보 외에 이를 이끌어 나갈 인력을 모두 갖춰야 하는 산업이어서 업계·학계·정부 관계자간의 진지한 의견 교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전자신문사는 21세기 국내 정보통신산업을 이끌어 나갈 30~40대 오피니언 리더들로 구성된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을 후원, 이들의 주장을 지면에 반영하기로 했다. 매달 1회 정기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국내 정보통신분야의 발전방안으로 모색해 나갈 이 모임의 이번 주제는 무한경쟁시대를 맞고 있는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돌파구 마련과 세계화추진을 위해 무엇보다 먼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 「정보통신분야의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역할」로 정했다. 이날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에서 발표, 토론한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정보통신 분야 중소기업 육성의 필요성<한창그룹 崔斗煥 전무>
국내의 중소기업은 미국의 중소기업과 비교할 때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극히 미약하다. 일례로 「포춘」誌가 선정한 미국의 5백대 기업은 미국경제규모의 10%에 그치지만 국내 5대 재벌그룹은 한국경제의 50% 정도를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경제 일반에서 발생하는 이같은 현상은 정보통신 분야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현재 한국경제는 제조업 등 자본집약적인 산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 지식집약적인 정보통신산업 위주로 재편될 것이다. 지식집약산업은 끊임없는 혁신(Innovation)을 요구하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중소기업의 몫이다.
美마이크로소프트·넷스케이프·퀄컴 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인정받게 된이면에는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중소기업의 이점이 살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통신산업에서 중소기업 육성은 국가발전 차원에서도 매우 의미가 있다. 조직적인 특성상 혁신이 가능한 집단이 바로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이 더 이상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지 않고 엘리트집단으로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정보통신분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방안<핸디소프트 安英景 사장>국내 소프트웨어시장은 세계시장규모의 0.36%에 불과하기 때문에 막대한자금력을 가진 외국업체들이 덤핑·끼워팔기 등을 자행할 경우 국내 중소업체는 어려운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이미 이러한 시장질서 파괴행위가 일부에서 자행되고 있어 파문을 몰고올 것으로 우려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이의 일환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조체제를 구축, 소프트웨어 공정거래위원회 등 특별기구를 구성하고 국가 차원에서는 강력한 제동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은 이밖에도 세계시장을 겨냥한 소프트웨어산업육성이라는 대전제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
대기업은 대규모투자(시장) 지향의 미들웨어 등의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중소기업은 그 외의 분야를 전담하는 형식의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에 사업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이밖에 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의 장을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소프트웨어센터(가칭) 등을 설립, 협력사업발굴과 기술전수, 공동개발외에 공동마케팅 등을 수행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수 있다.
△정부의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협력정책<통상산업부 산업기술기획과 白萬基 과장>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책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전담지원반」을 설치, 중소기업에 대한 현금결제 확대 및기술·경영지도 등 지원책을 적극 도입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중소기업 지원 대상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을 협력업체로 가진 대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정계열화 품목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및 대기업사업을 이양받은 중소기업에 대해 지방 중소기업 육성자금을 지원한다.
공정거래질서 정착을 위해 납품대금·결재조건 등을 엄격히 조사할 예정이며 계열화촉진협의회를 통해 위탁기업체와 수탁기업체간의 공정한 수·위탁질서를 확립시킬 방안을 구체화할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결성, 국책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국내 테크노마트 등을 통해 대기업의 보유기술을 중소기업에 이전하도록할 계획이며 기술개발사업 추진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동사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전문화 가능한가<모다정보통신 李鐘熙 사장>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진입한다는 것은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소량생산으로 생산방식이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술지식정보가 자본 못지않게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우리의 현주소는 어떤한가. 기술정보보다는 자본 중심으로 산업이 운영되고 기술이나 정보가치가 자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영세한 중소기업의 시장진입 기회는 박탈당하기 일쑤다.
중소기업의 경제기여도가 낮다는 것은 이같은 요인외에 대기업과의 일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에서도 나타난다.
국내 중소기업은 미국의 모험기업 형태보다는 일본을 답습한 대기업內 소기업형태를 띠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시점이다. 정보화사회로의 진입은 중소기업의 전문화로부터 시작한다.
중소기업의 전문화는 자금 및 인력부족 해결과 시장확보를 통해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소기업 스스로가 기술개발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고, 나아가 기술담보제나 여성인력활용, 가상기업형태의 시장채널 확보 등도 좋은 방안이라 할 수 있다.
<>토 론
△崔斗煥(한창그룹 정보통신기술총괄 전무):최근 세계경제가 자본집약에서정보집약으로 재편됨에 따라 이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정보통신분야의중요도는 매우 높다 하겠습니다. 특히 정보통신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수요를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자본력을 갖고 있는 대기업과 기술력을 앞세운 중소기업간에 유기적인협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오늘 토론의 주제는 「정보통신분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역할」로정했습니다.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은 정보통신 분야에서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것에 모두 공감하시리라 믿고 몇 가지 문제제기를 통해 토론의 문을 열겠습니다.
먼저 정보집약 위주의 산업에서 대기업이 유리한가 하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시장경쟁 사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자적 관계」가 가능하냐는것이죠. 그것이 가능하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할까요.
△白萬基(통상산업부 기술품질국 산업기술기획과장):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역할분담을 확실하게 한다면 동반자적 관계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원래 기업들은 규모를 막론하고 경쟁관계에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자 규모에 맞춰 활동을 지속하고, 환경에 따라 공조체제를 구축한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존은 가능하리라 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공정거래질서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공정거래는 기업윤리와 관련된 문제여서 기업들이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나여기에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한다면 실효성을 더 높일 수 있겠지요. 정보통신부문 공정거래위원회의 구성도 이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이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분담을 위해서는 쌍방간 의식전환이필요합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단순히 하청업체로서가 아니라 동반자로서인식해야 하고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로 기술개발에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현재 국내의 경우 전체 중소기업 가운데 8%만이 연구개발형 기업인데 이러한상황이라면 대기업과의 동반자적 관계는 무너지게 됩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경우 연구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통해 대기업과의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대기업도 중소기업이 이렇게 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물론 정부도 나름대로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봅니다.
△허진호(아이네트 사장):기술적인 혁신(innovation)을 필요로 하는 분야의 경우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역할을 어느 정도 분담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시장을 양분화해 이 분야는 대기업이, 또 이것은 중소기업이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옳지 않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일정 분야에서는 경쟁을 하되 일부는 수직 또는 수평적인 협력관계를 갖는 것이 바람직한관계라 하겠지요.
또 정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정하게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도적인 마련해야 합니다. 물론 수직적 분업체계가 필요할 경우 따로 이같은체계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것은 국내 자본시장이 경색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중소기업은 2~3년간 매출성과가 없을 경우에도 살아남고 또 재기할 수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은 1년 정도 성과가 없을 경우 도산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경쟁과 협력이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죠.
△김원식(대통령비서실 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 간접자본반 과장):국내 정보통신산업이 발전하려면 중소기업과 대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일례로 현재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있기까지는 IBM이라는 거대기업이 이 회사를 믿고 MS-DOS라는 제품을 인정해 주었고 이에 걸맞게 MS는 기술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운용체계를 개발했기 때문이지요. 즉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인정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선행해야 하며, 대기업도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또 정부가 발주하는 프로젝트에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같이 경쟁하게해놓고 실제로는 중소기업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으나 근래들어 정부정책이 중소기업 위주로 전환되고 있어 조만간 그 결과가 가시화되리라 예상합니다.
△안영경(핸디소프트 사장):중소기업에 있어 인력문제도 적지않은 고민거리입니다. 중소기업의 석·박사급 고급두뇌들은 대기업의 좋은 환경을 마다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중소기업 경영주들에게는인생의 동반자들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학사급 인력들이죠. 이들 인력은 군대·결혼 등 여러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대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는 태부족현상을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국내기업간의 상도의적인 영업환경 마련도 선행되야 할 것을 봅니다. 일례로 경쟁사 제품에 대한 비방과 모함이 상례화해 있고 일부 대기업에서는 이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게는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동반자적 관계를 정립하는데 있어 이러한 상호비방과 모함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며, 어려움을 나눠갖는 분위기 조성이 업계전반에 형성돼야할 것입니다.
△劉昇和(삼성전자 정보통신본부 상무):대기업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이제중소기업이니 대기업이니 하는 논란은 올바른 발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시장개방을 앞두고 있는 현시점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갈등을 논하기보다는 세계화를 위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양자간 역할을 분담하겠는냐는것입니다. 공동체제를 구축, 외국기업에 대항하는 것이 현재의 당면과제라하겠지요.
삼성전자의 경우 총매출 가운데 28%가 내수시장분입니다. 또한 2천여 중소기업을 협력업체로 가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지원비도 연간 10억원정도가지출됩니다.
정보통신과 관련한 소프트웨어산업에 대해서는 대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전세계 시장의 10% 정도를 확보해야 국가경쟁력이 생기게 됩니다.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국내 업체끼리 싸워서는 한국 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인력문제의 경우 대기업도 중소기업 못지않게 심각한 상황입니다. 특히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정보통신 인력은 학교교육이 주입식 및 입시위주의 정책으로 신입사원을 뽑아도 당장 실전배치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崔陽熙(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문화 및 교육 기반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국내 정보통신산업계의 문제입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교육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특히대학교에서는 실적 위주의 연구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실용성을 전제로한교육이 중요한 데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어린이 컴퓨터교육에서부터 나타납니다. 기술이 급속히 변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중고생들이 실저에 거의 사용하지 못할 베이직 등을배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양성 측면에서 본다면 이것은 낭비입니다.
이렇게 부족한 인력들은 또 거의 대기업으로 진로를 정하는 게 정석처럼굳어져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나름대로 중소기업에 의미를 갖고 취업을하더라도 근무한 지 5년이 지나면 대기업이나 다시 학계로 몰려듭니다. 이러한 데는 중소기업의 인력수급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리=이일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