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상기기의 총아로 일컬어지는 MRI(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를 개발하기 위한 역사는 약 15년전인 81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당시 금성(현 LG)과 KAIST(연구책임자 조장희박사)가 공동으로 MRI 개발팀을 구성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MRI 개발에 나선 이후 3년간의 연구끝에 84년6월 0.15테슬라 MRI를 국내 최초로 개발, 세계 MRI시장에 한국의 명함을 내밀었다.
이후 금성과 KAIST는 투자와 연구를 거듭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2.0테슬라 수퍼콘 MRI를 4년뒤인 88년 개발, 서울대병원에 설치하는 등 세계적으로큰 관심을 끌었으나 그 이듬해 막대한 R&D 투자에도 불구하고 MRI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말았다.
금성이 MRI사업을 중단한 것은 핵심부품을 포함, 모든 부품을 국산화해야하기 때문에 자칫 「MRI 개발은 밑빠진 독에 물 붙는 격」이 되지 않을까하는 경영층의 우려가 반영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 관계자들은 금성이 당시로서는 시장이 거의 형성되있지 않았는데도 막대한 개발비용이 드는 2.0테슬라 MRI 개발에 뛰어들어 선발업체인 GE·지멘스 등 MRI 거대기업과 정면승부를 택한 것이 가장 큰 실패 요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금성의 실패 이후 MRI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은 각각 뿔뿔이 흩어져 대부분이 외국이나 국내에서 계속 MRI 연구 및 관련업무에 종사해 왔으나 엄청난 개발자금과 사업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지금까지 상품화 희망을 마음속에 묻어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메디슨이 당시 MRI 개발에 참여했던 핵심 연구원을 결집하고 외국의우수한 연구원을 끌어들여 가장 짧은 기간 내에 우수한 성능의 MRI를 개발함으로써 「금성의 MRI 개발 노력이 완벽한 실패는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을수 있게 됐다.
금성의 실패를 통해 획득한 각종 노하우와 풍부한 인적자원이 결국 오늘날우리나라를 세계에 몇 안되는 MRI 생산국으로 진입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영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