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윈도95」에서 32비트 바이러스가 작동한다』
『아니다, 영문판 「윈도95」에서 만 작동한다』.
세계적 컴퓨터바이러스 백신프로그램 개발공급사인 美트렌드社와 국산 백신프로그램의 대부격인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안연구소)간 최초의 「윈도95」용 바이러스로 알려진 「보자(BOZA)」의 성능논쟁이 한창이다.
이번 논쟁은 지난 2월 트렌드가 국내총판 트렌드코리아를 통해 「보자」가영문판과 한글판 관계없이 「윈도95」환경에서 작동할수 있다고 주장,국내에「바이러스 주의보」를 내리면서 시작됐다.
이에대해 안연구소측은 28일 「보자」가 한글판 「윈도95」환경에서는 동작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를 내세워 트렌드 측의 주의보를 반박하고 나선것이다.
양사의 논쟁은 사용자 시선을 끌기 위한 것에 불과한 측면도 없지않지만자세히 뜯어보면 바이러스백신 공급사로서 서로 물러설수 없는 자존심대결 양상이 드러나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고도의 마키팅전략 대결 측면도 엿보이고있다.
특히 마키팅전략 대결 측면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보자」를 예방하거나치료할 수 있는 백신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측의 입장과 그렇지 못한 측의입장을 읽을 수 있게 한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이번 논쟁의 대상인 「보자」는 올초 미국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바이러스프로그램을 작성한 코드가 32비트로 돼 있고 PC 상에서만 동작한다는 점에서 최초의 「윈도95」용 바이러스로 알려지고 있다. 구체적 증상으로는 「윈도95」를 지원하는 32비트 실행파일중 확장자가 <.EXE>인 파일만 감염시키며 실행파일이 아닐 경우는 대상 파일의 일부분을 겹쳐쓰기 하거나 파괴할수 있다는 것이다. 「보자」는 또 매월 31일이면 「QARK」, 「QUANTUM」과 같은 무의미한 메시지들이 화면에 출력해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보자」는 그러나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거나 일부 파일데이터를 파괴할 수는 있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불완전하게 짜여진 「未完 」의 바이러스로 밝혀져 그 증상은 그리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보자」가 未完의 바이러스라는 점에서는 트렌드 측과 안연구소 측의 주장에는 서로 이의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쟁이 마키팅전략 대결양상까지 치닫고 있는 것은 앞서 설명했듯이 「보자」의 성능 그 자체가 아니라 「보자」를 치료할수있는 백신기술을 누가 먼저 보유하고 있었는 가를 판가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즉 「보자」는 기존의 16비트 도스 및 「윈도3.1」용 백신으로는 감염여부조차 체크할수 없으며 반드시 32비트코드로 작성된 백신 만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사는 이번 「보자」와 같은 돌발적상항이 발생했을 경우 그 대응여부에 따라 사용자들로부터 백신공급회사로서 기술력을 평가받게 되는 계기가 될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관련 트렌드의 경우 지난해 8월 「윈도95」가 발표된 시점과의 동시에이를 지원하는 백신 「PC시린95」를 내놓았고 지난해 11월 「한글윈도우95」에 맞춰서는 「한글PC시린95」를 발표한바 있다. 사실 「보자」바이러스의발견도 「PC시린95」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실제 트렌드 측은올초 「윈도95」용으로 재설계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프로세서 「MS워드95」를 감염시킨 「보자」의 실체를 처음으로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안연구소는 최근까지도 「윈도95」용 백신을 출하하지 못하고 있는상황이었다. 그러던중 「보자」바이러스 소동이 일어났고 트렌드코리아는 국내에서 안연구소의 명성을 능가하는 백신공급전문회사로 부상하게됐으며 안연구소는 상대적으로 치명타를 얻어맏은 셈이다.
28일 안연구소가 반박한 내용을 보면 「보자」는 자체 결점(버그) 때문에한글판 「윈도95」환경에서는 작동할수 없으며 작동되더라도 파일을 감염시키 전에 「윈도95」가 연산에러 메시지를 출력한다는 것으로 돼있다.
이같은 안연구소의 반박에 대해 트렌드코리아 측은 감염증상과 사례를 좀더 연구해보아야 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보자」성능 논쟁을 두고 한 전문가는 『사용자들에게 바이러스에특히 취약한 「윈도95」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쳐주는 계기가 될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사용자들이 국산 소프트웨어 개발기술의 한계까지를 덮어두는미덕을 발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미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서현진기자>